외교관 그룹 의도적 친이 배제
핵심 멤버 곽승준은 출근 안 해
‘빅텐트론’ 두고도 내부 논쟁
캠프 난맥에 현장 동선도 엉켜
潘, 김숙에게 강한 불신 보여
김숙, 외시 동기 오준과도 파열음
반기문 대선 캠프가 골격을 갖추기도 전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교관 그룹과 친이명박계 정치인, 언론인 출신들 사이에서 내부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캠프 핵심인 외무고시 12회 동기 출신의 김숙ㆍ오준 전 유엔대사 사이에서조차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의 한 측근은 18일 “캠프에 모여든 사람이 여러 갈래다 보니 사람마다 반 전 총장에게 다른 조언을 하는 등 혼선이 있다”며 “대표적인 게 ‘빅텐트론’”이라고 말했다. 빅텐트는 소속 정당이 없는 반 전 총장이 ‘비문’(非문재인) 세력과 제3지대 혹은 제4지대에서 통 큰 연대를 해야 승산이 있다는 대선 전략 중 하나다. 이 측근은 “누구는 기존 정당에 입당해 어떻게 빅텐트를 칠 것이냐고 주장하는 반면, 또다른 쪽에서는 현실적으로 정당에 속해있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엇갈리는 보고를 하니 본인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그룹이 친이계 정치인 출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결국 ‘딴살림’을 차릴 조짐도 보인다. 반 전 총장 측 한 인사는 “외교관 그룹이 ‘칸막이’를 치면서 ‘친이 탓’이라는 프레임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치도, 선거도 모르는 사람들이 판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팀의 핵심 회의기구인 ‘11인 회의’ 멤버이자 정책 담당으로 합류했던 ‘MB맨’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런 배경에서 며칠 째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우리(친이계ㆍ언론인 출신)는 외곽에서 따로 전략을 짜서 반 전 총장에게 보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외교관 출신이자 외무고시 12회 동기로 캠프 핵심인 김숙ㆍ오준 전 유엔 대사의 사이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반 전 총장이 김 전 대사에게 강한 불신을 표해 내부 권력의 축이 오 전 대사 쪽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지난 12일 귀국 직후 “지금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던 반 전 총장이 나흘 만에 ‘설 연휴 이후 입당’을 시사한 배경도 어수선한 캠프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16일 ‘치맥’ (치킨에 맥주)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며 소속 당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 한 인사는 “정당에 속해 있다면 방어와 역공도 가능하지만 홀로 움직이다 보니 검증 공세에도 일방적으로 맞고 있다”며 “방패막이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캠프 성격인 마포팀 안팎의 난맥상은 반 전 총장이 다니는 현장에도 투영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17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았을 때 캠프 쪽은 반대 시위 인파를 따돌리려 사전에 ‘거짓 동선’을 알렸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이 지난 16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치맥’ 간담회에서 만나 나눈 대화가 보도된 뒤, 공보팀이 아예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아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음성 꽃동네 방문 당시 ‘턱받이’ 착용 논란 등이 확산되면서 ‘정치 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 전 총장 쪽 복수의 인사는 “캠프를 틀어쥐고 정리할 중심 인물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캠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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