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비리에 연루된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정씨를 장학생으로 만들기 위해 학사규정까지 바꾸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김 전 학장이 박 모 기획처장에게 이메일로 보낸 체육실기우수자 학사관리안을 확인한 결과, 이화여대가 시험ㆍ과제물과 상관없이 정씨에게 B학점을 주고 장학생을 만들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5년 9월 최씨와 만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학장은 같은 달 15일 체육과학부 학부교수회의에서 수시전형 실기우수자 학사관리 내규안을 만들었다.
이 내규안에는 정씨처럼 실기우수자로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 시 C급 대회실적(하계 동계 전국체육대회, 협회장기대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급 대회 3위 이상)만 있어도 최소 1학기에서 최대 1년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실기우수자에게는 최종성적을 절대평가로 부여하고 실적과 과제물 평가를 고려해 최소 B학점 이상 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담당 교수 재량으로 과제물을 내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대체하도록 하라는 조항도 있다.
김 전 학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규안을 지난해 3월 11일 “오전에 통화한 내용을 보낸다”는 글과 함께 박 기획처장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김 의원은 “실제 정씨는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에서 1학기와 마찬가지로 출석도 하지 않고 리포트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으나 1학기 2.27에 그친 학점이 3.30으로 수직 상승했다”며 “이화여대는 해당 내규안이 터무니 없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 같은 사실로 볼 때 실제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씨 관련 이화여대 비리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업무방해와 위증 등 혐의로 김 전 학장을 구속했다.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에 대해서는 정씨가 수강한 3과목 성적을 높게 준 혐의(업무방해)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정씨는 자신이 소속된 체육과학부가 의류산업학과와 함께 신산업융합대학 산하로 변경되면서 지난해 1학기부터 의류산업학과 수업을 3과목이나 이수해 학점을 올렸다. 특검은 정씨가 의류산업학과 수업을 듣게 된 배경에 이 교수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총장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 전 총장 역시 정씨를 체육특기자 선발 때 부당하게 합격시키고 재학 중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운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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