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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교정 기술 적용, 올레인산 많은 콩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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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교정 기술 적용, 올레인산 많은 콩 개발”

입력
2017.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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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유전자 잘라내는 기술

“GMO 대체할 기반 만들어져”

“3, 4년 뒤면 ‘유전자 교정’ 기술로 종자가 개량된 작물이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첨단 바이오 기술의 힘은 농업에서 먼저 발휘될 것이다.”

유전자 교정 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바이오기업 툴젠의 김종문(57) 대표는 17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툴젠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올해는 툴젠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시기다. 신품종 콩 상용화에 착수하고, 미국과 얽힌 특허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 김 대표는 “유전자 교정은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교정 특허를 보유한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인 툴젠의 김종문 대표는 “툴젠을 대기업 부럽지 않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유전자 교정 특허를 보유한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인 툴젠의 김종문 대표는 “툴젠을 대기업 부럽지 않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최근 툴젠은 일반 콩보다 올레인산 함량이 많은 콩을 개발했다. 올레인산이 적은 콩으로 짜낸 콩기름은 가열하면 건강에 안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증가한다. 하지만 툴젠의 신품종 콩으로 짠 기름에는 올레인산이 올리브유만큼 많다. 콩의 유전자 가운데 올레인산 합성을 방해하는 것을 콕 집어 잘라낸 덕분이다. 김 대표는 “미국이나 호주, 중국, 몽골 등에서 이 콩을 재배해 식품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현된다면 유전자 교정 기술이 처음 상품화하는 것이다.

유전자 교정은 가위처럼 원하는 유전자만 정확히 잘라내는 기술이다. 특정 단백질이 교정하려는 유전자의 구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와 일치하는 유전자에만 가위질을 한다. 외부 유전자를 집어넣는 유전공학 기술보다 간편하고 값싸고 정확하게 작물의 특성을 바꿀 수 있어 신약이나 신품종 개발에 더 유리하다. 수많은 제약사와 식품회사가 눈독을 들이면서 유전자 교정 시장은 2019년 16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은 유전자 교정 작물을 안전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대표는 “유전자 교정 작물이 유전공학 작물(GMO)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툴젠은 이에 발맞춰 녹말이 많은 감자, 서로 다른 영양소를 함유한 당근, 곰팡이균에 강한 포도 등을 유전자 교정으로 개발 중이다.

유전자 교정 원천기술은 툴젠과 미국 브로드연구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3곳만 보유하고 있다. 모두 2012년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는데, 2014년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가 먼저 등록됐다. 캘리포니아대는 미 특허청에 저촉심사를 신청했고, 결과가 3월쯤 나올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대보다 실험 자료가 충실한 브로드연구소의 승리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연구소가 이길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자료를 제출한 툴젠은 부전승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브로드연구소보다 2개월 먼저 출원했기 때문에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툴젠은 지난해 국내 특허도 받아뒀다. 김 대표는 “유전자 교정 기술로 한국에 진출하려는 누구라도 툴젠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툴젠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툴젠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툴젠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유전자 교정 관련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툴젠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유전자 교정 관련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17년 동안 유전자 교정 외길을 고집해온 툴젠은 최근 시가총액 1,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유전자 가위 물질을 담은 연구용 시약을 판매해 연 20억원 규모의 매출도 올린다. “미래 기대수익을 위해 우리 기술을 세계 곳곳에 공급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누군가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로열티의 일부는 툴젠 몫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벤처 붐 1세대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두루넷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에 뛰어든 바이오 분야에서 그는 ‘정통’을 표방한다. “여타 바이오 기업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너무 쉽게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선다”며 “좋은 기술이 있는데도 쉬운 길을 택해 결국 선진국에 시장을 내준 IT 업계의 실패들을 거울 삼아 기술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김 대표는 다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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