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2016년 법관 평가
증언 다그치고 앉아 졸기도
수도권 소재 법원의 A 부장판사는 지난해 한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주장하는 취지의 항소이유를 다음 기일까지 재고해 의견을 진술하라”며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A 판사의 고압적인 자세는 계속됐다. 그는 항소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과 증거를 기각하는 등 1심의 잘못을 확인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변호사회가 18일 발표한 ‘2016년 법관평가’에 따르면, 일부 판사는 여전히 막말이나 고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에게 조정을 강요하며 “알아서들 하세요. 저는 판결 못합니다”라고 하거나, 법정에 선 변호사에게 “소송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변호사 자격이 있느냐”고 면박을 주는 등 비인격적인 언행을 한 사례가 공개됐다.
재판 과정에서 죄를 예단하는 법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판사는 증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결론에 맞춰 증언하도록 다그치며 진술을 번복하게 시켰다. 또 다른 판사는 허위 진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고소인에게 “우리가 신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한 형사 사건에서 주요 증인신문 중에 법관이 졸아 방청 중이던 피고인들의 가족이 항의를 한 사례도 접수 됐다.
이번 법관평가는 서울변회 회원 2,265명이 제출한 1만4,614건의 평가서를 토대로 했다. 평가 대상이 된 법관은 2,283명이고, 이들의 전체 평균 점수는 74.83점(100점 만점)으로 2015년(73.01점)보다 1.8점 가량 상승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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