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포항북부경찰서장 설날 민생치안 점검 중에
현직 경찰서장이 장난감권총을 들고 창구직원을 위협하던 은행강도를 맨손으로 붙잡았다. 이성호(57)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장 이야기다.
이 서장이 강도와 조우한 것은 18일 오후 2시18분쯤. 관내 민생치안 점검 차 사복차림으로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은행 창구 앞에서였다.
먼저 은행이 들어선 이 서장이 창구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도중에 흰 마스크를 쓴 강도가 창구 여직원에게 흰 봉투를 던지며 '권총'을 겨눴다. 강도는 말 대신 "돈 담아"라고 쓴 쪽지를 던졌고, 폐쇄회로TV(CCTV)가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오후 2시 20분쯤 옆자리 직원이 은행강도임을 직감하고 비상벨을 눌렀고, 이상한 낌새를 차린 이 서장이 강도를 덮쳤다. 창구 여직원이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몹시 창백한데다 초조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강도라는 것을 눈치챈 이 서장은 마스크를 쓴 강도가 방아쇠에 손가락은 걸지 않고 있었고, 이내 장난감권총임을 눈치챘다.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공범은 없어 보였다.
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가진 이 서장은 재빨리 강도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아 그가 가지고 있던 모의권총을 빼앗았다. 이어 은행창구로 달려온 청원경찰과 힘을 합쳐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게 한 뒤 그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 잠시 후 비상벨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찰관에게 신병을 넘기면서 이날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서장은 “은행 직원이 침착하게 대응해 손쉽게 강도를 잡을 수 있었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경찰관이면 어떤 경우에라도 시민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간부 후보(공채 32기) 출신으로 경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7월 포항북부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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