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가수 겸 방송인 이동우가 정규 2집 재즈 앨범을 들고 대중 곁으로 걸어왔다. 10곡을 재즈로 꽉 채운 '워킹'이다. 시력을 상실한 이동우가 걷는 발걸음을 앨범 제목으로 적었다. 타이틀곡 '톡탁'도 이동우가 한 발 한 발 걸을 때 의지하는 지팡이를 의성어로 표현했다. 앨범 전체에 시력 장애를 가진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마치 한 권의 책과도 같다.
-앨범 사진이 두 다리와 지팡이다. '워킹'이라는 앨범명에 타이틀곡까지 걸음과 관통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그 일을 해야만 순간이 있다. 그런 모습을 앨범에 넣었다."
-두 번째 앨범의 장르도 재즈다.
"듣기 편하고 난해하지 않은 재즈로 가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콘셉트로 작업을 진행했다."
-재즈의 어떤 면에 끌렸나.
"편안하고 어렵지 않은 재즈를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속상할 때가 폼잡고, 데이트할 때 괜히 듣지도 않던 재즈를 선곡하거나 좋은 식당에서는 재즈를 튼다. 그러면서 재즈곡은 구입하지 않는다. 공연장도 가지 않는다. 대체 이건 무슨 심리일까? 가까이 두는데 왜 찾아가지 않을까? 누구는 재즈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난해함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 않는가. 어렵지 않게 재즈를 취할 수 있는 음악들을 하고 싶었다."
-아이돌, 스타 위주의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에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앨범을 낸 점이 신선하다.
"그래서 나조차 많이 놀란다.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 복 받은 사람이다(웃음). SM이라는 시스템은 가장 대중에게 먹힐만한, 시장성을 수백 번 검토한다. 내 앨범은 그것과는 다르다. 다행히 처음 설정한 방향대로 결과물이 잘 나왔다."
-해외 뮤지션들과의 작업도 눈에 띈다.
"처음으로 외국인들과 일했다. 참 즐거웠다. 사람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어서 원하는 콘셉트로 작업을 완성했다. 음악을 떠나 되게 많은 공부가 됐다."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우리네 문화라면 뭔가 숙제나 검사를 받는 분위기로 작업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순수하게 나 좋자고 음악을 하고, 음악과 작업실을 놀이터로 생각하고 신나게 만들었다. 한 시간 연습하다 놀기도 하고 어느 때는 말 그대로 미쳐서 작업을 했다. 아~ 이거구나 싶었다.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적인 마음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
-10곡 작사를 혼자 했다. 힘들지 않았나.
"물론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웠다. 한 곡의 노래를 만들 때 어떤 상상의 이미지를 주문하면 멜로디가 나오고, 가사를 덧입혔다. 얼마나 신기한 경험인가.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이라 앞으로의 마음가짐도 다시 하게 됐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어떻게 작사를 했나.
"모든 글을 시작장애인용 휴대전화로 작성한다. 한 번 기억나면 음성으로 저장했다 다시 들으면서 가사를 완성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1집과의 시간 차가 2년이나 된다.
"대부분의 곡들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만족할 만한 앨범을 내려 했기에 2년 가까이 걸렸다. 진도나 진행 등 속도적인 측면에서 자유롭기도 했다."
-완성도에 만족하나.
"의견이 잘 반영돼 흡족하다. 재즈는 솔직하고 담백해야 한다. 그런데 과한 연출과 포장에 담기면 그 순간 반짝하고 가 즐거울 수 있지만 결국 후회로 남는다."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유지태 연출에 '곡성'의 황정민, 김환희가 출연했다.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의 네임 밸류를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시놉시스도 내가 썼다. 시각장애인이 조금이라도 환하게 바꿔보고 싶다는 상상을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개인적인 일상을 들려달라.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나.
"남들과 분명 다르다. 시간 관리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데 장애 이후 더 심해졌다. 샤워도 예전이면 20분이면 끝날 텐데 지금은 1시간이 걸린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굉장히 일찍 서두른다. 사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운동하고, 몇 시에 식사하는 시간만 지켜도 관리가 된다. 내 경우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자정쯤 잠을 잔다."
-음악 작업도 그렇고 연예활동을 하면 밤에도 활동을 해야 할 텐데.
"밤 늦게 동료들과 친구들과 놀고 싶은 충동과 갈증이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답답하다. 실명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기동성이 있을 테고, 더 분주하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을 거다."
-나이에 비해 주름 없는 피부며 동안이다.
"적어도 틴틴파이브 멤버들보다 고급스럽게 늙을 줄 알고 있었다. 자의든 타이든 거울을 보지 않아 덜 늙는 것 같다. 거울 볼 때 흠부터 찾지 마라."
-새해 계획은 세웠나.
"해 바뀌는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시간에 끌려가지 않고 살려고 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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