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홍수·이탈리아 강추위
상추·브로콜리 등 작물 떼죽음
영국, 수입 의존도 높은데다
브렉시트로 관세까지 붙을 전망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악천후로 북부 유럽 전역에 걸쳐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 탈퇴 방향이 확정되면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진 영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지역의 홍수와 이탈리아의 강추위 탓에 채소 가격이 급등했으며 이런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 공급업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홍수, 추운 날씨, 일조량 부족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농작물이 자라는 데 더 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작황 피해는 올해 수확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심은 작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품 마케팅 회사 관계자는 “상추, 브로콜리와 같은 작물들은 전멸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스페인 무르시아 지역은 겨울철 유럽 농산물의 80%를 공급하는 거대 농업지대. 하지만 최근 30년 만에 가장 많은 강우량을 기록하는 등 악천후를 겪었다.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르시아 외에도 안달루시아 및 발렌시아 지역에서 채소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토마토, 브로콜리, 고추 등의 수확량이 25% 줄었고, 가격은 25~40%가량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도 겨울철 채소를 유럽 전역으로 수출하는 국가이지만 20년 만에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올해는 거꾸로 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때문에 일부 공급업자들은 서둘러 채소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방법을 찾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특히 영국의 피해가 막대하다. 영국은 이들 지역으로부터 채소 소비량의 50%와 과일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으로 EU산 농산물에 관세가 매겨진다면 영국 내 식품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영국 대형할인마트 테스코 관계자는 “수급에 일부 문제가 생겼다”며 “공급업체들과 계속해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