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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동물들과 소통하기

입력
2017.0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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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란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그들과 내면의 교감을 통해 소통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동물심리분석가 또는 통역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수년 전 SBS TV의 프로그램 ‘동물농장’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하이디’가 소개되면서부터다. 그가 일종의 자폐증에 걸려있는 개뿐 아니라 고양이, 말과 소통을 하고 그들을 어둠에서 밝음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냈다. 또 다른 프로프로그램에선 국내의 한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냉혈동물인 도마뱀과 소통을 하고 심지어 사진만 보고도 죽은 개하고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솔직히 필자는 아직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 대해서 긴가민가하다. 하지만 정말 사진만 보고 죽은 개와 교감을 나누거나 자폐증에 걸린 동물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동물병원이나 동물구조센터에 꼭 있어야 할 존재다. 최종욱 제공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동물병원이나 동물구조센터에 꼭 있어야 할 존재다. 최종욱 제공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은 동물병원이나 동물구조센터에 직원으로 꼭 있어야 할 존재다. 그들을 통해 아픈 동물이 오면 어딘가 아픈지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동물병원에서 대부분의 오진은 바로 환자와의 소통부재에서 오기 때문이다. 동물은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배가 체해서 뒹구는 데도 머리이상으로 간주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몸 속의 암 같은 경우는 우연하게 발견하지 못하면 그냥 고통 속에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려동물들은 늘 관찰 하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조기에 아프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의 경우는 쓰러지지 않는 한 아픈 동물을 가려내기는 무척 어렵다.

반려동물이라면 투정이라도 부리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적의를 가지고 있는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연결해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특히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는 진정한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있다면, 절실히 필요하다.

동물과의 교감에는 물리적으로 안 되는 심리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최종욱 제공
동물과의 교감에는 물리적으로 안 되는 심리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최종욱 제공

어떻게 보면 동물을 사랑하고 키우는 사람 누구나 다 어느 정도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돌고래나 코끼리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조련사를 보면 그들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나 늘 놀라움에 사로잡힌다. 훈련의 힘이라지만 동물은 물리적으로 안 되는 심리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도 출간됐듯이 동물들은 사람들의 칭찬을 알아들을 정도로 둘 간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개를 꼼짝 못하게 하는 개장수들의 능력 역시 나쁜 쪽이긴 하지만 분명 애니멀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다. 그들도 나름대로 견습 과정이 있었는지 참 궁금하다.

길들여진 동물과 자주 교감하다보면 대화를 하는 것만 같다. 최종욱 제공
길들여진 동물과 자주 교감하다보면 대화를 하는 것만 같다. 최종욱 제공

우리 동물원에도 자칭 애니멀커뮤니케이터들이 있다. 대개 들어 온지 1년 미만의 신참 직원들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동물원에는 동물들을 길들이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사람들이 자기가 받아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몇 번 경험으로 대번에 터득했다. 그래서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우선 철창 사이로 손부터 내민다. 당연히 뭘 달라는 의미이다. 그걸 처음 본 사람들은 신기해서 무엇이든 주고 싶어 한다. 또한 ‘판치’라고 정해진 이름이 있어 이름을 부르면 의례히 뭘 주는 걸 알고 어슬렁거리며 나온다. 신참들은 몇 번 이렇게 길들여진 침팬지와의 소통을 경험하면 바로 고무된다. 그리고 지인들이 찾아오면 침팬지를 불러내고, 손을 내밀게 하고, 먹을 걸 받아먹게 한다. 지인들은 살짝 놀란다. 침팬지뿐만 아니라 길들여진 아기 호랑이들도 “아흥”하면 다가와 콧등으로 손을 부빈다. 코끼리는 ‘아!’하면 입을 짝 벌린다. 기린이 나무 가지 들고 ‘린’하고 부르면 다가와 고개를 쑥 내민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드디어 완전히 감동에 젖어 “우와! 정말 부르면 다 되네요! 멋져요! 부러워요!” 하게 된다.

이는 한쪽만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간 상호 교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오랫동안 동물과의 교감을 해온 고참들은 신기해 하는 신참들을 보면 옆에서 조용히 씩 웃고 지나갈 뿐이다.

최종욱 수의사(광주 우치동물원 진료팀장,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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