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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강요 받은 창업’ 또 다른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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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강요 받은 창업’ 또 다른 뇌관 되나

입력
2017.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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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ㆍ은퇴자 자영업으로 내몰려

작년 ‘나홀로 창업’ 2만7000명 증가

소득감소→소비감소→내수침체

자영업 생계기반 붕괴 가능성 우려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015년 초 퇴직한 김모(52)씨는 지난해 초 서울 용산에 수제버거집을 열었다. 퇴직 후 처음 6개월은 새 일자리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재취업에 실패하자 창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권리금 5,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을 주고 전용 50㎡ 규모의 점포를 얻은 뒤 1,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 그러나 ‘노후의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을 고스란히 투자해 사장이 된 기쁨은 순간이었다. 불경기에 재료값까지 폭등,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한 달 수입이 150만원도 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주변 가게가 망하면 바로 새 주인이 들어온다”며 “요새 돈 버는 사람은 간판업자들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상화한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퇴직자와 구직자가 창업을 ‘강요’받으면서 ‘생계형 자영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형적으로 부풀어오르고 있는 자영업 ‘풍선’이 꺼질 경우 내수기반 붕괴, 대출부실 등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는 557만명으로, 2015년에 비해 7,000명 증가했다. 2014년 565만2,000명에서 이듬해 556만3,000명으로 8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다시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나홀로 자영업자’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2014년(-3만9,000명) 2015년(-12만명) 등 매년 감소했던 나홀로 자영업자는 지난해엔 2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실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특히 일용직과 임시직 일자리마저 줄면서 50대 중후반 은퇴자들의 경우 선택지 자체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생계형 자영업의 확대는 경제 전반의 부담이 되고 있다. 내수둔화,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수요(소비) 기반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 공급만 확대되며 자영업 전체의 생존 기반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세무서에 등록된 자영업자 479만명 중 연간 매출액 4,6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절반(51.8%)도 넘었다. ‘자영업자 소득 감소→소비감소→내수침체→자영업 생계기반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나아가 자영업자 대출마저 부실화할 경우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345.8%였다. 대출 잔액이 연간 소득의 3배란 뜻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서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망하게 되면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자영업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급여 확대 등 실직자들이 무리한 생계형 창업에 나서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 교수는 “자영업에 진출하는 사람이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며 “자영업에 실패한 이들이 다시 임금 근로자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원활한 전환을 돕는 고용서비스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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