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후원할 매력이 없다고 여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거액을 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기 때문임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씨,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첫 공판에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과정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이 과정을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만남 약속을 잡은 (영재센터 전무이사) 이규혁씨의 일정과 (당시 논의된) 삼성의 후원액수까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을 받아 썼다”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동계 영재센터, 이규혁 전무 24~26일 춘천 꿈나무 캠프, 계약서 송부, 9.7억’이 적힌 부분을 들면서다. 김 사장이 이규혁 영재센터 전무와 지난해 2월 13일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함께 공개됐다. 김 사장이 만남을 요청하지만 ‘24~26일에는 춘천에서 빙상 캠프(일정)가 있어요’라는 이 전무의 대답 등이다. 김 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이 ‘영재센터는 VIP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법정에서 재차 확인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과정을 속속들이 알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황창규 KT회장과의 개별 면담에서도 최씨가 장악한 더블루K 연구용역 제안서와 함께 영재센터의 ‘스키창단계획서’를 건네 압박한 사실을 비춰볼 때도 그렇다.
검찰은 삼성과 영재센터 쪽이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통해 ‘갑을 관계’가 뒤바뀐 황당한 정황도 공개했다. 삼성은 2015년 10월 1차 5억5,000만원 입금을 앞두고 ‘업체 등록이 이뤄져야 송금이 가능하다. 금일 오전 중으로 등록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2차 10억7,800만원 후원 전에는 영재센터의 독촉을 받고 한 달 앞당겨 돈을 보내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누가 갑이고 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후원할 매력도 없었다”나 “윗선에서 정리가 됐나 보다 했다”는 삼성 관계자의 진술조서도 공개됐다. 검찰은 “삼성은 규모가 큰 단체도 1억~3억원만 후원하는데, 놀랍게도 영재센터에는 16억2,800만원이나 줬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측은 이날 조카 장씨가 영재센터를 장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청와대와 삼성 간 소통으로 영재센터에 후원된 것”이라며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b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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