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자들도 심판론에 찬성
62% “반기문 집권, 정권교체 아니다”
55.2%는 대선 출마 자체를 반대
야권 심판론도 61.5%가 공감
국민들 10명 중 8명이 올해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압도적인 정권 심판론 분위기 속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 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박근혜정권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82.4%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7%에 불과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포진한 더불어민주당(97.5%)과 국민의당(90.7%) 뿐 아니라 범여권인 새누리당(29.5%)과 바른정당(78.3%) 지지자 중 적지 않은 응답자가 정권심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령별로는 20대(95.4%)와 30대(96.4%)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권을 잡아도 정권교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교체가 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62.0%인 반면, 긍정적 의견은 28.8%였다. 특히 30대(81.1%)와 40대(75.6%)의 부정적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정치교체’ 등을 내세우며 현 정권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이런 기류는 대선 출마 여론과도 연결된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찬반을 묻는 질문에 반대(55.2%)가 찬성(38.3%)보다 16.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응답자 중 64.1%가 반 전 총장 출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 전 총장 출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운영과 정치를 못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58.1%로 가장 높았고, “도덕적으로 청렴하지 않을 것 같아서” (18.1%)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반 전 총장은 또 새누리당 지지자들로부터 66.5%의 지지를 받았으나 같은 보수정당에 속하는 바른정당 지지층에서 40.3%의 지지율만 얻었다. 반 전 총장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신당 창당이 49.7%로 가장 높았고, 무소속 출마(15.6%)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입당이 10.3%와 6.0%였다.
하지만 높은 정권 심판론 분위기 속에서도 야권심판론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적지 않아 야권에게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올해 대선에서 무책임한 야당 후보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 의견이 61.5%인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34.9%였다. 더불어민주당(47.9%)과 국민의당(63.4) 지지자의 상당수도 야당 심판론에 동의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박근혜정부 실정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야당이 대안이라는 생각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가 되면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3.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을 보면 정치 불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야권이 정치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권심판 분위기를 대선 승리와 연결 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ㆍ무선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10.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