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18
2012년 1월18일 새벽 5시부터 24시간 동안 인터넷 백과 ‘위키피디아’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일 스크린에는 “자유로운 지식(Free Knowledge)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문구와 함께 이런 글이 실렸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인류 역사의 가장 방대한 백과사전을 만드느라 엄청난 시간을 쏟았다. 그런데 지금, 미국 의회는 그 열린 인터넷에 치명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 해악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우리는 24시간 위키피디아를 닫는다.” 전 세계 약 60개 언어 위키 사이트가 동참했다. 한국어 사이트는 “한국어 위키백과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영어 위키백과의 행동을 지지하며, SOPA와 PIPA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일 미 하원 법사위는 2011년 10월 발의된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안(SOPA)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본회의 상정을 앞둔 최종 심의 절차였다. 앞서 5월 상원도 지식재산권보호법안(PIPA)을 상정했다. 두 법안은 기존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을 강화한 것으로, 미국 이외의 곳에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서비스 공급업자가 직접 규제하거나 포털 등에 규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수단과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였다.
법안은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손해를 입어 온 영화 및 음반협회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업체 등 콘텐츠 제작자들의 편을 드는 거였고, 또 타당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은 반발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비판처럼 저작권자가 권한을 행사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너무 크고, 저작권 침해행위의 전파력 등을 감안할 때 실효성도 없다는 게 비판 논거였다. 무엇보다 그는 수정헌법 1조의 언론자유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문제삼았다. 위키도 그들 편이었다.
당일 온라인 시위에는 위키 외에도 레딧(Reddit) 등 7,000여 개 웹 사이트가 동참했고, 이날을 기점으로 입법 중단을 위한 광범위한 서명(700만명 서명)과 의회 항의서한 보내기 등 반대운동이 전개됐다. 얼마 뒤 의회가 법안 심의를 중단함으로써 법제화는 멈췄지만, ‘연기’된 것일 뿐 폐지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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