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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 邊 濕 驗… 이게 다 초등생 한자교육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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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 邊 濕 驗… 이게 다 초등생 한자교육 후보

입력
2017.0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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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실릴 후보 370자에

고등학생용 한자 49자 포함

학부모 75% “별도 교육시킬 것”

병기 방침 철회 목소리도 높아

◆초등용 한자 후보 370자 중 논란이 되는 한자

정부가 선정한 초등학생용 한자 후보에 현재 고등학생이 배우는 한자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문화연대, 전국국어교사모임 등 54개 한글ㆍ교육단체가 참여한 초등교과서한자병기반대국민운동본부의 집행위원장인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17일 초등학생용 한자 후보 370자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370자 중에는 ‘틀 기(機)’ ‘작을 미(微)’ ‘가 변(邊)’ 등 고등학교용 한자가 49자나 포함됐다. 또 한자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교본으로 널리 사용돼온 ‘천자문’에 없는 한자도 15자나 됐다. ‘얽을 구(構)’ ‘젖을 습(濕)’ ‘시험 험(驗)’ ‘심할 극(劇)’자 등이다.

초등용 한자 370자는 지난해 교육부의 정책연구사업인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를 담당한 김동일 서울대 교수팀이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의 한자 출현 빈도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중 최종 300자를 이달 말 선별,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모든 교과서(국어 제외)에서 필요한 단어의 한자 음과 뜻을 적게 할 방침이다. 성인들도 잘 모르는 어려운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한자를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중ㆍ고교생은 한자과목을 선택한 학생들만 중ㆍ고교에서 각각 900자씩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정확한 의미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한자를 표기하고 있지만 지난해 5,6학년 교과서의 한자 표기는 13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초등학생들의 학습용어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한자 병기 확대 방침을 밝혔다. 예컨대 과학 과목에서 ‘항성’이라는 단어의 한자 ‘항상 항(恒)’ ‘별 성(星)’을 표기하면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뜻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굳이 한자를 병기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정부는 학습용어인 평행사변형(平行四邊形)을 표기하기 위해 고교용 한자 ‘가 변(邊)’을 초등용 한자 후보에 넣었지만 한자 풀이로는 뜻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경제(經濟)를 설명하기 위해 고교용 한자 ‘지날 경(經)’ 중학교용 한자 ‘건널 제(濟)’가 포함됐다“며 “이 단어는 한글로 쓰고 교사가 ‘살림살이’를 뜻한다고 알려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초등 교과서의 한자 병기 방침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유아나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 4명 중 3명 이상은 한자 병기 시 자녀에게 별도의 한자교육을 시키겠다고 응답했다“며 “결국 한자 병기 시 사교육 업체들만 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초등용 한자 최종 300자는 중학교 한자 900자 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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