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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스스로 ‘정치교체’의 내용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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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스스로 ‘정치교체’의 내용 채워야

입력
2017.0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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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현충원 참배와 고향 방문, 천안함 견학에 이어 17일 봉하마을과 팽목항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말이었다. 그는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께서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다시한 번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론에 대해 보수정당을 제외하곤 대체로 싸늘한 반응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어떤 명분을 걸든 반 총장이 대통령 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고 이명박 정권의 부활”이라고 비난했다.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박근혜 사람을 이명박 사람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아셔야 한다”고 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또한 “함께 하는 분들이 구여권, MB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견제 차원의 정치적 수사지만, 이런 지적이 국민 의견과도 통한다면 반 전 총장도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8일자 1∙6∙7면),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기대한다는 응답이 82.4%에 달했다. 정권심판론이 정치교체론을 압도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교체로 볼 수 없으며(62.0%) 대선 출마 자체를 반대(55.2%)하는 의견도 정권교체로 볼 수 있다(28.8%)거나 출마 찬성(38.3%)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여론이야 바뀔 수 있지만, 아직 불분명한 ‘정치교체’에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을 채우는 일은 반 전 총장의 몫이다.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교체에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낡은 프레임에 갇힌 정치를 혁파하는 게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반 전 총장 주변은 보수 정객과 MB계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과거의 정치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들 중심으로 정치교체를 이루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반 전 총장은 국내 정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어떤 철학과 비전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첫 과제다.

이는 아직 내용이 불분명한 ‘진보적 보수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좌우 정파를 가리지 않고 전직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그것이 당장은 어떤 정치세력과도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인지, 전직 대통령들의 공과에 대한 포용적 인식의 결과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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