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신분으로 16일 구속기소된 문형표(61)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문 이사장을 해임할 뾰족한 수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회가 해임건의를 의결하면 되지만,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17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을 임기 전에 교체하려면 ▦기관장의 사표 제출 ▦결격사유 해당에 따른 당연퇴직 ▦이사회 의결을 통한 해임건의 요청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문 이사장에게서 사표를 받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간단치 않다는 것이 복지부 주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 이사장은 현재 특검에 의해 접견이 제한되고 있어 사의 의사를 묻는 것이 쉽지 않고, 정부가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권유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결격사유에 따른 당연퇴직은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돼야 해 아직 해당 사항이 없다.
남은 것은 해임건의 요청이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고 있으며 이는 해임건의 사유인 ‘법령이나 정관을 어겼을 경우 등’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해임건의를 결정할 국민연금 이사회는 복지부 간부와 공단 내부자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해임건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복지부 등에서는 “이사장 재임 시절 혐의가 아니어서 해임건의 결정이 쉽지 않다”“직무대행 체제로 가도 당장은 큰 무리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설사 해임건의가 결정된다고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문 이사장이 법원에서 풀려나서 업무에 복귀하기 전까지 국민의 노후자금 540조원을 주무르는 국민연금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석이나 1심 판결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그의 업무 복귀가 환영할 것은 못 된다는 점도 문제다.
문 이사장은 긴급 체포(작년 12월28일)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급 공가(公暇)처리가 된 상태다. 일하지 않고 급여(연봉 1억3,000여만원)를 챙겨간다는 지적에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가 일부만 지급되는 결근 처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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