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지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조카 장시호(38)씨가 법정에서 대면했다. 최근 장씨가 특별검사 수사에 우호적 자세를 취하며 완전히 등을 진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가 진행한 첫 재판에는 영재센터 설립 후원금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16억2,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와 장씨,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출석했다.
관심사는 최ㆍ장씨의 첫 법정 만남이었다. 이모ㆍ조카 사이인 둘은 사업파트너로서도 각별했으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검 수사 이후 장씨가 특검에 최씨 것이라며 제2의 태블릿PC를 ‘자진 납세’하면서 사이가 급속 냉각됐다. 그래서인지 둘은 각자 자기 변호사와 얘기하거나 재판장만 쳐다볼 뿐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진술도 엇갈렸다.특히 최씨 특유의 책임 떠넘기기가 또 나왔다.이날 장씨는 최씨 등과 공모해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최씨 측은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 후원 기업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지만 삼성이나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특정한 적은 없다”며 “조카나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거나 기업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키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장시호가 영재센터의 자금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했으며, 영재센터는 장시호가 사리사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검찰은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이 긴밀한 관계였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검찰은 장씨 금고에서 압수한 문건에 장씨 필체로 ‘Mr. 팬다(판다) 서류’라고 적힌 증거품을 공개한 뒤“장씨가 김 전 차관을 ‘미스터 팬더’라고 불렀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장씨가 ‘대빵 드림’이라고 표시한 문건을 제시하며 세 사람간 공모 관계를 입증했다. ‘대빵’은 최씨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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