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만나 위로
봉하 방문에 노사모 항의 시위도
권양숙 여사에 “노무현 유업 기리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민생ㆍ안보 행보에다 통합의 메시지를 더하는 일정인 셈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분향소를 찾아 분향한 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이 애통한 마음을 전하자 유족들은 세월호 선박 인양 의무를 명시하고, 유족의 트라우마 치료를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청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정부가 세월호 침몰 때 좀 더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며 “다른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으니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분향소 밖으로 나오자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운동본부’ 등 진보 성향 단체 회원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험악한 말을 쏟아내면서 한 때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인파가 뒤엉키면서 반 전 총장은 예정했던 기자 브리핑을 취소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부인 유순택씨와 함께 경남 김해 진영읍의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반 전 총장 쪽 배석자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노 대통령께서 저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며 “10년이 지나서 돌아와 인사를 드리니 감회가 더욱 깊다”고 인사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유업도 기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 여사는 “유엔으로 떠나신 게 엊그제 같은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신 것을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마을 입구에선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노사모) 회원들이 ‘배신자라고는 않겠다, 잘 왔다 반기문’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둔 권 여사는 “혹시 밖이 시끄럽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동석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이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을 가리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걱정이어서 김 의원이 챙겨보려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묘역 참배 뒤 방명록에 글귀를 남기면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신념 중 하나였던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람 사는 사회”로 잘못 적어 논란도 일었다.
김해=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진도=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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