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영환 하사, 가족 찾는데 7년여 걸려
6ㆍ25전쟁에서 산화한 국군 전사자가 67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북한군의 남침에 맞서 조국을 지키고자 전쟁터에 뛰어든 23세의 청년은 유해 발굴 이후 7년여의 추적 끝에 가족을 찾아 비로소 영면에 들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7일 고 조영환 하사의 유품과 신원확인통지서, 국방장관 위로패, 유해수습 때 관을 덮었던 태극기 등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진행했다. 1928년 경기 화성군 반월면 월암리(현 의왕시 월암동)에서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하사는 1950년 8월 수도사단 17연대 소속으로 6ㆍ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조 하사는 어릴 적 ‘순둥이 효자’로 불리던 청년이었다. 1946년 결혼하고서 2년 뒤 딸을 낳았지만 어수선한 조국의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1949년 1월 육군에 자원 입대한 당시가 22세였다.
조 하사는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옹진지구 전투, 오산 전투, 진천ㆍ청주 전투, 상주 화령장 전투, 함양ㆍ거창 전투, 낙동강 방어 전투에 잇따라 참전했다. 조 하사는 그 해 8월 북한군 12사단과의 교전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하사의 유해는 2009년 3월 경북 포항시 기북면 무명 380고지에서 야전삽, 수통 등의 유품과 함께 발굴됐다. 하지만 등록된 전사자 유가족들과의 유전자(DNA) 비교 분석에서 일치하는 자료가 없었다. 유해를 돌려줄 가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조 하사의 병적대장 기록을 근거로 본적인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유가족을 찾기 위한 탐문활동을 벌였고, 7년여 만에 의왕시에 거주하는 남동생 조태환(63)를 비롯해 딸과 누나를 찾아냈다. 남동생은 조 하사의 입대 후에 태어난 늦둥이라고 한다.
이날 행사는 딸 조규순(70) 씨의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진행됐다. 남동생 조씨는 “어머니가 4년 전 돌아가시지 전까지 매일 형님 꿈을 꿨다”면서 “집이 헐려 이사를 갔는데 혹시 형이 찾아올 지 모르니 대문과 창문을 항상 열어놓으라고 말씀하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해는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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