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A대학 국문학과 ‘08 학번’ 이모(29)씨는 아직 대학생이다. 30여개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이젠 휴학 한도(6학기)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학교에 남을 수 없는 처지. 이씨는 “군 생활 포함해 10년 만에 졸업을 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문송합니다(인문계열이라 죄송하다는 의미)”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취업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17일 2월 졸업예정자 323명을 대상으로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인문계열이 평균 6년으로 대학생 전체 평균(5.3년)을 크게 웃돌았다. 법학계열이 5.7년으로 뒤를 이었고 사회과학계열과 이공계열이 5.4년으로 같았다.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비교적 취업에 유리한 경상계열은 4.6년으로 가장 짧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6.2년, 여성은 4.7년으로 나타났는데, 군 복무 2년을 감안하면 여학생들이 한 학기 가량 늦게 졸업하는 셈이다.
인문계열을 비롯해 대학생들의 졸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역시 취업이었다. ‘어학연수, 인턴 등 스펙을 쌓는데 시간을 투자해서’라는 답변이 71.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서’(57.0%)와 ‘취업 실패로 졸업을 유예해서’(27.2%)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계열 학생들은 스펙을 더 많이 쌓고 이공계열 공부까지 하는 등 취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기업들의 취업 장벽은 점점 높아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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