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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60대

입력
2017.01.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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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9시 54분쯤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수산물가공회사 3층짜리 신축건물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하는 모습. 이 화재로 뇌사판정을 받은 정모(66)씨의 유족들은 평소 아버지 뜻을 받들어 간과 신장을 기증하면서 자신들은 물론 아버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는 피했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9시 54분쯤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수산물가공회사 3층짜리 신축건물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하는 모습. 이 화재로 뇌사판정을 받은 정모(66)씨의 유족들은 평소 아버지 뜻을 받들어 간과 신장을 기증하면서 자신들은 물론 아버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는 피했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9시 54분쯤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수산물가공회사 신축건물에서 용접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 3층 건물 전체로 불이 번져 7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큰 화재였다.

당시 용접작업 중이던 정모(66)씨는 불이 나자 황급히 대피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정씨는 화재진화 작업을 돕겠다며 소화기를 들고 다시 화재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씨는 유독가스를 마셔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됐다.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정씨는 의식불명 26일만인 지난 16일 끝내 뇌사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씨 유족은 한국장기기증원에 정씨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정씨의 간과 신장은 3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정씨가 평소 가족들만큼이나 주변사람들을 생각했던 터라 그가 마지막으로 주변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가족들이 함께 결정한 일이었다.

정씨 아들은 “아버지가 2015년 사업차 아프리카 세네갈로 출장을 떠나며 아이들에게 준다고 옷을 한 보따리 챙겨갔던 게 생각난다”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주변사람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게 아버지의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가족들에게도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정씨 아들은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덕목이나 조언은 아끼지 않으셨다”고 회상했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들은 “40년 용접경력을 가진 아버지도 불이 난 신축건물은 화재에 취약하다고 판단해 작업하기를 많이 꺼리셨던 게 기억난다”며 “작업환경의 안전문제를 철저히 관리해 또 다른 피해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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