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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도 돌지 않는 돈… 시중 현금 100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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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도 돌지 않는 돈… 시중 현금 100조 육박

입력
2017.01.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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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화폐발행잔액 97조… 5만원권은 11.5조 순증

통화승수ㆍ유통속도, 예금회전율은 역대 최저 수준

초단기 운용 전단채는 1,000조 돌파 ‘호황’

초저금리와 대규모 돈풀기 정책에도 불구, 시중에 풀린 돈이 좀처럼 돌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시중 통화발행잔액은 5만원권이 크게 늘어나며 사상 최대인 100조원에 육박했지만 각종 통화유통 관련 지표는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치 보는 대기성 자금은 전자단기사채 같은 초단기 투자처에만 몰리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려 유통되는 현금의 총량인 화폐발행잔액은 작년말 기준 97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 말 86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0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현금 증가는 5만원권이 주도하고 있다. 작년 1년간 시중에 찍어 낸 5만원권은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 시작(10조7,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5만원권 연간 발행액은 2013년 15조4,121억원, 2014년 15조2,625억원, 2015년 20조5,702억원 등이다. 지난해 5만원권은 11조원이 환수돼 시중 잔액은 75조8,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만원권만 11조5,000억원이 늘어났을 뿐 다른 지폐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1만원권 잔액은 작년말 16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이 줄었고 5,000원권 1조3,000억원, 1000원권 1조5,000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통화를 공급했을 때 몇 배의 통화량이 창출되는지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작년 11월 기준 16.7로, 역대 최저까지 떨어졌다. 통화 유통속도도 작년 3분기 현재 0.69까지 하락해 역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기준 예금회전율 역시 3.8회로 역대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은행 예금을 인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침체로 민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 예산 편성 같은 경기부양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1년 전보다 3.8% 늘어난 1,033조원으로 2013년 도입 이후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전자단기사채는 발행액의 76.8%가 만기 7일 이내의 단기 상품으로 주로 기업과 자산가들의 초단기 자금운용에 사용된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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