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체제·中에 공격적 발언
세계가 미증유의 불확실성 휩싸여
유럽 지도자들 트럼프 비난 나서
미 국내선 흑인들 분노 확산
취임식 불참 선언 의원 40여명
역대 최저 수준의 대중 인기 속에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망스럽고 모순된 발언을 거듭하면서 국제사회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갈수록 격앙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2차대전 이후 자유진영을 지탱해온 서유럽 국가의 분열을 조장하고, 중국을 공격하면서 전 세계가 미증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고 암울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그의 인종주의적 성향과 단기ㆍ대중영합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국내의 우려도 커지고 있어 공식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을 눈앞에 두고도 전세계를 예측 불가능한 혼돈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유럽 동맹과 중국에 대해 즉흥적이면서도 상호 모순된 인터뷰가 쏟아지면서 중국과의 긴장은 높아지고, 서방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 유지에 결정적인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NYT의 지적은 지난 주말 이뤄진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영국(더 타임스)ㆍ독일(빌트)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를 두고 나온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WSJ과 만나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협상 대상이라고 밝혔고, 영국ㆍ독일 언론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은 독일 세력확대의 도구이며 EU회원국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물론이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도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의) 취임 후 행보를 지켜보자”며 애써 냉정을 유지했지만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은 경악과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부에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를 겨냥, “유럽은 외부의 충고가 필요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곧 퇴임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 및 미국 전문가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EU통합을 유지하려는 독일, 프랑스 대신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에 동조하는 성향을 드러낸 것에 우려하고 있다. 유럽의 포퓰리즘 정서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케리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메르켈 총리를 비판한 것은 잘못됐으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른 나라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도 “나토 체제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공화당이 추구해온 미국의 대외정책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국 국내에서도 소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 루이스(민주ㆍ조지아) 하원의원을 ‘말만 앞서는 인물’이라고 공격한 뒤 확대된 흑인 사회의 분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이날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그의 장남 킹 3세를 면담하며 흑인사회와의 화해에 나섰지만 루이스 의원과 함께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은 40명을 넘어섰다.
보호무역과 기업들을 위협해 미국 안에 고용ㆍ투자를 늘리려는 트럼프식 경제정책에 대한 비관론도 퍼지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트럼프식 경기부양이 1년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폭등했던 미국 증시도 정작 취임을 앞두고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편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미국인의 비호감도가 55%로 이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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