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10시1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피고인들은 모두 나와서 자리에 앉기 바란다.” 재판장의 부름에 대기실에 있던 국정농단 핵심인물 장시호(38)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그는 정식 재판에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조카 장씨 뒤를 따라 들어왔다.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첫 공판에서 만났지만 곁눈질 한번 주고 받지 않았다. 각자 자신을 방어해줄 변호사와 얘기를 하거나 재판장만 쳐다볼 뿐이었다. 최근 장씨가 최씨의 또 다른 태블릿PC를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제출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흐르는 듯했다. 장씨는 남색 코트를 입고, 단정한 단발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최씨는 늘 입던 옅은 베이지색 수의를 입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앉았다.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사무총장이 직업이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그럼 전(前) 사무총장인가”라는 물음에도 “아닙니다”라고 답해서 ‘가정주부’라고 적혔다.
장씨는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자백했다.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2억원의 후원을 강요한 혐의 역시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국가 보조금을 빼돌렸다는 점은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장씨와 달리 최씨는 이 사건 공판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씨 측은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에 후원할 기업을 알아봐 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삼성이나 GKL을 특정한 적은 없다”며 “조카나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거나 기업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진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도 “기업을 특정해 강요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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