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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마다 병원 찾아 떠도는 재활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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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마다 병원 찾아 떠도는 재활난민

입력
2017.0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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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환자 장기 입원 막으려는 건보 수가

재활에도 그대로 적용

한 병원서 90일 넘으면 쫓겨나

뇌ㆍ척수 질환자는 1년에 4.7회 병원 옮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머니를 간호 중인 이수정(30ㆍ가명)씨는 최근 걱정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재활치료를 위해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겼는데 3개월이 지나자 병원에서 내부 규정이라며 병원을 옮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바꾸는 것에 따른 번거로움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다른 병원을 물색해 옮긴다 해도 새로운 의사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빠른 시일 내 잘 파악할 수 있을지, 또 어머니가 잘 적응을 할지 등 신경이 쓰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입원 초 혼자서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는데,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현재는 몇 걸음 정도 걸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엔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전화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씨는 “조금만 더 치료를 받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게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병원을 옮기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 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도는 ‘재활 난민’이 늘고 있다. 장기입원 환자들이 많을수록 병원 수입이 급감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서랍 속에 방치돼 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재활 치료자 가운데 1회 이상 병원을 옮긴 환자는 1만8,000여명으로 전체 재활 치료자(7만7,000여명)의 2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 치료자 4명 중 1명 가량이 재활치료를 받다가 최소 한 번 이상 병원을 옮긴다는 얘기다. 특히 재활치료가 필요한 대표적 분야인 뇌ㆍ척수손상 질환자(뇌성마비 포함)의 경우 연간 평균 4.7회 병원을 바꿨다. 2, 3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운 병원을 찾아 옮겨 다니고 있는 것이다.

병원을 찾아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재활난민이 양산되는 이유는 완치된 환자의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마련된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재활치료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원기간이 늘어날수록 삭감된 입원료를 병원에 지원하는데, 15일이 지나면 10%, 30일이 지나면 15%, 그리고 90일이 넘으면 50% 가까이를 삭감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3개월 이상 장기입원 환자가 많으면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은 “적자폭이 큰 대형병원은 15일만 지나도 환자를 쫓아내고 재활전문병원은 그나마 90일까지 견디다 환자를 내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방지 규정이 필요는 하다지만, 적어도 재활치료 분야에서만큼은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활치료의 경우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 데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최중경 아벤스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뇌가 손상된 환자가 3개월 내 회복되긴 어렵다“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만큼 환자의 상태에 맞게 수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으로 구분되는 병원급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추가해 독자적 법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현행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별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재활환자의 경우는 장기입원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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