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성 감안 구속 가능성 크지만
증거 인멸 우려 낮다 판단 땐 기각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특검은 삼성의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한 반면, 삼성은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강제 기부’이라는 입장이라 법리 공방이 불가피하다.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형사소송법(70조)이 규정한 구속 사유는 주거 불명,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이다. 범죄의 중대성이 우선 고려되겠지만 주거가 명확하고 도주 우려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이 영장 발부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삼성과 대한승마협회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한 것에 대해 “강요성도 대가성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에서는 “강요성은 있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은 이를 혐의 은폐 목적을 드러낸 정황으로 판단, 뇌물공여에 위증죄 등 혐의를 적용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법원이 이 건의 발단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의 민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영장 발부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원이 재계 1위 기업의 실질적 총수인 이 부회장의 사회적 신용도 등을 감안할 때 증거 인멸 우려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삼성 역시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증거보다 정황증거가 많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특검의 소명이 부족하고 법리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의 직접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권력비리와 사실상 정치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재벌비리 사건인데다 경제상황 고려를 요구하는 재계의 반발 등 법 바깥의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법원의 고민이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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