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때아닌 ‘KTX 세종역 설치 시기상조론’ 논란이 가뜩이나 첨예한 충북도와 세종시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충북도는 이 청장의 시기상조론을 반대 논리로 활용하면서 더욱 공세를 펴고 나섰다. 반면 세종시는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맞대응 주장과 함께 이 청장 퇴진 운동까지 들먹이며 맞서고 있다.
충북 민ㆍ관ㆍ정이 뭉친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촉구 충북범도민 비상대책위(충북 비대위)는 이 청장의 지난 10일 KTX 세종역 관련 언급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성명을 통해 이 청장을 ‘소신행정가’로 추켜세우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청장은 당시 새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도시 규모가 더 커지고 필요성이 제기될 때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 간 이견이 있는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행복도시 주변에는 오송역이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부터 이미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이해 관계도 없는 기관의 장이 시기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복청은 이후 “국토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 결과와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신설 여부가 결정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 청장의 발언에 대한 뚜렷한 해명은 없어 논란은 여전하다.
충북비대위는 이 청장의 발언에 대해 “이 청장과 행복청은 입장 피력에 그치지 말고 국토부,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시 등에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충북비대위는 또 이 의원 등을 향해 “이 청장의 소신 있는 KTX 세종역 시기상조론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충북비대위는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KTX 세종역 신설 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충북이 이 청장의 언급을 활용해 KTX 세종역 반대 논리의 공세를 더하자 세종시에서도 시민들 사이에 맞대응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신도심 한 주민은 “국토부가 지역이 아닌 정부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충북은 자꾸 지역 문제로 몰아가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의 업무 비효율 해소에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세종시도 가만히 있지 말고, 충북의 지역이기주의를 하나하나 따져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커뮤니티에도 “오송역세권 정책 실패를 왜 남의 탓으로 돌리냐”“오송역도 저렇게 생떼를 써서 가져갔다. 억지 부리는 게 습관이 됐다” 등 거센 반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이 청장에 대한 퇴진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앙공원 문제에다 KTX 세종역까지 별로 세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인 것 같다. 이쯤 되면 퇴진 운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게시하자 동감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그러나 세종지역 시민단체들은 일단 맞대응보다는 오는 4월 국토부의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다. 세종참여연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맞대응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ㆍ지역 논리로 변질되지 않도록 가급적 충돌은 피하고, 용역 결과가 나오면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