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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결제 허점 발칵…정부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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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결제 허점 발칵…정부는 속수무책

입력
2017.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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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 카드 2개로

7,500만원 중복결제 파장

복지부는 “아동 식별번호로 1인당 월 1회 지급 시스템”

선지급 카드사는 중복 못 걸러내

“모니터링밖에 방법 없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이행복카드’가 여러 아동에게 중복결제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계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중복결제가 되더라도 나중에 걸러져 세금 누수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그 손해는 엉뚱하게 민간업체인 카드사에 전가되는 등 혼선이 만만찮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이행복카드는 일반 신용ㆍ체크카드의 기능을 겸하고 있어 일반 카드가맹점을 이용할 때처럼 중복 결제가 가능하다. ‘카드 1장 = 아이 1명’으로 인식돼 왔지만, 설계 단계부터 이런 인원 제한은 없었다. 시설입소아동 등의 경우 시설 원장 등이 여러 명 아이들의 보육료를 일괄적으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모가 아닌 다른 보호자의 결제도 차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아동 1명당 여러 번 보육료를 중복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복지부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발급에도 제한이 없다. 현재 아이행복카드는 총 7개의 카드사에서 발급하는데, 카드마다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다. 만약 1명이 7개의 카드사에서 신용ㆍ체크카드를 각각 발급 받는다면 총 14개까지 만들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마다 원하는 카드를 발급 받아 쉽게 혜택을 누리자는 취지”라며 “여러 개의 카드를 이용해도 아동 식별번호로 1인당 월 1회 보육료를 사회보장정보원이 정산하므로 보조금이 과다 지급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간에 끼인 카드사가 손해를 보면서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나 어린이집에서 중복결제가 발생하면 카드사는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결제 후 5일 내에 결제대금을 모두 어린이집에 지급한다. 이후 그 다음달에 사회보장정보원에서 대금을 카드사에 지급하는데, 이때는 결제횟수 기준이 아니라 실제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으로 등록된 아동 숫자에 맞춰 지급한다. 카드사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구조다.

최근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아이행복카드 중복결제 사태도 카드사의 신고로 적발됐다. 어린이집 원장인 A(37)씨가 자신의 자녀 몫인 아이행복카드 2장으로 지난해 7월 4일부터 8월 1일까지 원생 51명의 보육료를 총 294회, 7,500만원을 결제했다. 나중에 승인 내역을 모두 취소했지만, 카드사가 이미 대금을 A씨의 어린이집에 입금한 뒤였다.

A씨처럼 고의가 아니라도 실수로 중복 결제가 되기도 한다. 민간어린이집 원장 B씨는 “한 카드로 여러 명 결제가 되는 해프닝을 겪어 뒤늦게 결제 취소를 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경찰에 고소 된 뒤 자발적으로 카드사에 돈을 돌려줬지만, 만약 끝까지 버틴다면 카드사로선 부당이득환수를 위한 민사 소송을 내야 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가에서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전 카드사가 대대적으로 참여한 면이 있다”며 “현재로선 일반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카드 발급 전 고객 신용도 파악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방법 밖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에 나서겠지만 우선은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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