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조원일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집회 참가 인원 추산치를 비공개 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며 “(의도적으로 숫자를 조작했다는) 경찰 불신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촛불 집회를 기점으로 그간 경찰이 밝혀오던 집회 참석자 추산치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내세운 ‘이유 아닌 이유’다.

과거에도 경찰은 집회 참석자 추산을 두고 많은 논란을 겪었지만 페르미 추산법(일정 면적당 인원수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 측정법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누적인원을 측정하는 주최측의 잣대로 비판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청장 역시 “(페르미 추산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참가 인원 추산치는 집회장소 주변 경력 배치에 참고하기 위해 만든 내부 자료일 뿐, 공개 의무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 청장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추산치는 집회 자체의 규모를 넘어 민심의 정도를 계측하는 도구로 사용돼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집회 주최측이 구호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참석 인원을 다소 부풀린다는 의심을 살수록 경찰의 추산치는 ‘객관적 사실’을 구하는 시민들의 비교지표가 되기도 했다. 경찰이 더 객관적인 방식으로 집회 규모를 측정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이 청장의 주장은 ‘의무도 아닌 일을 하고 욕을 먹느니, 알리지 않고 불신을 덜 사겠다’는 의아스러운 방향으로 수렴됐다. 이 청장은 특정 주최 측의 참석인원 과장으로 여론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추산치 공개 없이) 내부 참고용으로만 쓰겠다”고 못 박았다. 제대로 된 정부의 경찰이라면 비판을 거울 삼아 추산 방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보완하겠다고 적극적 자세를 취하는 게 정상이다. 필요한 일, 직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지금 시민들은 이 청장의 말에서 ‘해경이 문제가 많으니 해체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졸속 결정을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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