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전략 친러반중 굳어지면
中, 동북아 패권 장악에 치명적”
중국이 ‘미중관계 재정립’이라는 근본적 고민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0여년간 양국관계의 기초로 여겨져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원칙이 폐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이 때문에 다른 현안에 대한 양보를 강요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외교분야 문외한이 마치 국제사회의 모든 것을 다 꿰고 있는 듯 경거망동한다”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가 취임 초반에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외관계의 기본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를 고리로 다른 통상ㆍ무역분야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바오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교수도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끄집어낸 것은 미국 경제와 고용을 최우선시하는 입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경제ㆍ무역 이슈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레버리지가 적은 중국이 결국 무역 현안에서 미국에 양보하고 대신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역시 중국과의 직접적인 긴장 고조를 원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같은 양상이 반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통상ㆍ무역분야 현안 뿐만 아니라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 남ㆍ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북한 핵 문제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과정에서 양안관계를 약한 고리로 활용하고 있다. 대만을 압박하고 제3세계에 돈 보따리를 풀어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국을 늘릴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에 계속 끌려갈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대미 전략은 ‘현상유지 속 굴기(堀起ㆍ우뚝 섬)’에 가까운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겠다고 나선 현 시점에선 수세적ㆍ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미국의 외교전략이 ‘친러반중’으로 굳어질 경우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동북아시아 패권을 지향하던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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