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딛고 일어선 새터민 출신 해기사 박정우씨
한국해양대서 오는 23일 졸업, 졸업 전 취업 경사
“탈북하면서 한때 장교의 꿈을 접기도 했죠. 하지만 군대와 유사하게 제복을 입고 규율이 강한 해사대학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습니다.”
새터민 출신으로 선박해양 전문가인 해기사 자격을 취득한 박정우(26^사진)씨는 23일 한국해양대 졸업을 앞두고 최근 해운업체에 입사하며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박씨가 탈북한 것은 지난 2005년 4월, 겨우 15세의 나이였다. 친척을 만나러 중국에 간 어머니가 북한 보위부의 감시대상에 올라 돌아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여동생의 손을 잡고 어머니를 만나러 두만강을 넘었다”며 “북한에 남아서 끼니를 걱정하느냐 한국행을 결심하느냐 하는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만 만나면 한국에 올 줄 알았지만 입국은 순탄치 않았다. 박씨와 세 식구는 1년 5개월간 중국 공안과 북한 밀정을 피해 다른 50여명과 99㎡ 남짓한 지하 공간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박씨는 “그때 딱 한번 후회했다”며 “앞으로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우울함, 좌절감과 싸워야 했다”고 고백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한 그는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쳤다. 많은 새터민이 고교졸업과 동시에 생업전선에 뛰어들지만 박씨는 대입을 서둘렀다. 그는 “공부에는 시기가 있고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인의 소개로 박씨는 특별전형으로 한국해양대 해사대학 기관시스템공학부에 합격했다.
낯선 환경과 전문적인 용어 등 대학생활은 적응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대학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은 그는 캐나다로 떠났다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계절학기와 재수강을 반복하며 강의를 따라가려고 노력한 덕에 졸업요건인 3급 기관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새터민 출신 해기사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만 박씨는 새터민 후배들을 위해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지만 거기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며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걸 명심하고 새터민 후배들이 공부의 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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