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국에 작아지는 지도자”
이재명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
정우택 “대안 없고 세태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두고 당 안팎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은 문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호재로 판단하고 공격의 고삐를 조이는 분위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 앞에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미국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문 전 대표에 각을 세웠다. 문 전 대표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사드 배치를 인정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반도 운명에 대한 지대한 영향이 있는 심각한 문제를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특히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며 “당초 사드 배치 반대 입장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선회한 이유를 공개질의 한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이 같은 반응은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선회 발언이 중도층 표심을 의식한 우클릭으로 풀이되는 만큼 선명한 진보 색채를 강조해 야권 내 집토끼 잡기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 42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드 배치 비준동의서 국회 제출을 촉구하며 “자신이 없다면 대선주자들은 이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여권은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부각시키며 공격에 합세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그 동안 누가 들어도 사드 배치 반대주장을 했던 문 전 대표가 또 말을 바꿨다”며 “북한 핵미사일을 도대체 어떻게 막는다는 것인지 대안은 없고 세태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것 같아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우리 국민들은 양치기소년 같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사드 배치 입장이) 기존에서 물러났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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