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핵능력 강화 주장…
러 제재 해제 위한 수순 의혹
“유럽회원국 분담금 지불 안 해
낡아 빠진 나토 문제있는 조직
영국 브렉시트 결정 훌륭한 것”
메르켈 향해 공개적 비판도
미국의 핵전력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국제 안보와 직결된 주요 사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이 수시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자신과 뜻이 맞지 않으면 동맹국 국가원수도 공격하는 거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외교ㆍ안보에 문외한인 트럼프 당선인이 상황에 따라 즉흥적이고 돌발적 행보를 계속하면서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핵전력을 세계가 존경할 수준까지 강화하겠다고 선언, 러시아와의 새로운 ‘핵 군비 경쟁’우려를 자아냈던 트럼프 당선인이 15일(현지시간) 공개된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돌연 러시아와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영국 더타임,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버락 오바마 정부)은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우리가 러시아와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자”며 핵 군축을 대러 협상의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또 “핵무기는 꽤 줄어들어야 하고, 매우 많이 감소돼야 한다”며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 핵무기 군축이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전력 강화 방침을 밝히자마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핵 능력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혀 전세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핵무기 감축 협상을 대가로 미국의 대러 제재를 끝내겠다는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BC방송도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를 걷어내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면서 “핵무기 감축과 교환하겠다는 새로운 세부 조건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또 이들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를 ‘낡아빠진’조직으로 지칭하며, 나토를 통한 미국의 유럽안보 정책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토에는 문제가 있다. 오래 전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미 낡아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유럽 회원국들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는데, 유럽 회원국들 중 다수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만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나토 내부 기준을 지키는 회원국이 거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발 더 나아가 나토의 토대인 유럽연합(EU)의 추가적인 결속력 약화를 전망했다.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하며 영국의 탈퇴 이후 EU를 떠나는 국가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 난민 사태와 관련, 서방 주요국가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포퓰리즘’ 바람에 맞서고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를 공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협력 관계를 맺어온 메르켈 총리는 외교ㆍ안보ㆍ인권 등의 분야에서 트럼프와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들의 EU 탈퇴 결정은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수가 급증하는데 따른 결과였다”며 “이런 점에서 (난민 문호를 개방한) 메르켈은 ‘재앙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줄이라는 압박에도 불구, 올해 신년연설에서 “우리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중요하고 옳은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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