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CNN방송 기자에 고성을 퍼붓는 등 반(反) 언론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백악관과 취재진 간 핵심적인 소통 창구인 관내 출입기자실마저 폐쇄 위기에 처했다.
미국 남성잡지 에스콰이어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권인수위 측이 백악관 기자실을 관외 ‘콘퍼런스센터’나 옛 행정부 청사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확정 사항은 아니나 “약간의 논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스파이서는 49석인 현재 기자실의 규모를 문제 삼으며 “지난 기자회견 때 언론인 수천명의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400명으로 출입을 제한했다. 더 많은 언론에 기회를 줄 수 없는지 상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백악관 출입기자실은 리처드 닉슨 제37대 대통령 이후 45년 이상 유지된 공간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백악관 서관과 관저 사이 자리 잡은 기자실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이 이뤄질 뿐 아니라 주요 관계자들을 지척에 두고 있어 미국인의 알 권리를 위한 첨병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트럼프 측이 제시한 취재 환경 개선은 표면적 이유일 뿐 사실상 감시ㆍ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트럼프 측 고위 관계자도 기자실 폐쇄와 관련, “언론은 야당”이라며 “그들이 백악관에서 나갔으면 한다”고 주장해 의심을 더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