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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기간 반토막에 필자 구인난, 역사 검정교과서 찍자니 찜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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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기간 반토막에 필자 구인난, 역사 검정교과서 찍자니 찜찜해

입력
2017.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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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국-검정 혼용 방침에

다른 교과보다 1년 늦게 집필 시작

품질저하 뻔해 비난 여론 불보듯

포기하자니 자습서 수익 아쉬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폐기와 연구학교 추진 증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폐기와 연구학교 추진 증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하는 역사 검정교과서가 출판업계에 ‘계륵’이 되고 있다. 비판 여론도 만만찮고, 일정도 촉박하고, 집필진 섭외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발을 빼긴 쉽지 않은 처지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개발에 참여하기는 하겠지만, 향후 품질 저하 등으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검정교과서 출판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4일 2018학년도부터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혼용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뒤 교과서를 개발할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진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출판계 관계자들은 비판 여론과 시장 논리 사이의 딜레마를 호소하며 조속히 세부 일정과 지침을 확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EBS에 입시 관련 참고서 시장을 뺏긴 상황에서 교과서와 관련된 자습서나 보조교재를 연계 판매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개발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게 출판계의 현실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의 세부 일정이 나오지 않아 대부분 관망세이긴 하지만 결국 기존 출판사 8곳 대부분 검정교과서를 발행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턱 없이 짧은 개발 일정도 부담스럽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5 교육과정 검정교과서 개발일정에 따르면 역사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의 개발 일정은 총 1년 9개월이다. 2015년 11월 30일 검정 실시 공고가 내려진 후 1년여 간의 집필 기간이 주어졌고, 지난달 이미 검정 심사본 접수를 끝냈다. 3월 본심사(1ㆍ2차 심사)가 끝나면 8~9월에 견본을 접수해 최종 합격 공고를 내는데, 이후에도 각급 학교 현장 적용되기 전까지 주문ㆍ인쇄 과정에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역사 과목은 모든 과정을 올 한해 다 끝내야 한다. 타 교과에 비해 9개월 이상 기간이 줄어든 셈이다. 집필 기간이 줄어들면 자연히 오류가 많아지고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교수나 교사들이 수업 등 업무 외 남는 시간에 집필하는 걸 고려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ㆍ검정교과서 혼용 관련 토론회에서 “물리적으로 집필 기간이 길었던 국정교과서를 검정교과서에 비해 더 나아 보이게 하려는 게 교육부 의도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준식 부총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집필진이 2016년 1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국정교과서 집필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준식 부총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집필진이 2016년 1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국정교과서 집필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육부가 내세운 편찬ㆍ검정 기준은 집필진 섭외에 애를 먹이는 요소다. 교육부는 최근 2017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검정교과서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집필 기준도 이미 개발된 역사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을 따른다는 방침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발행하고 난 후에도 ‘대한민국 수립’ 등의 용어를 두고 색깔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필진 역시 딜레마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집필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감지되지만, 무작정 집필을 거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A출판사의 한 저자는 “기존 집필진들이 집필을 거부하면 새로운 저자들이 단기간에 집필해야 하는데 교과서 품질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국정교과서가 나아 보이면 국정 채택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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