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범 케이스 지정 가능성
中 지정돼도 중간재 수출 위축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실제로 이 카드가 작동되면 중국보다는 한국이 먼저 환율조작국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중국을 직접 겨냥하기 전에 ‘시범 케이스’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잣대 3가지(대미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를 들이대면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3가지 잣대 중 1가지만 위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가지를 충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수지도 300억달러로 기준치인 200억달러가 넘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으로 기준치(GDP의 3%)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3가지 중 대미 무역수지만 3,500억달러로 기준치를 초과했을 뿐 경상수지 흑자폭(GDP대비 2.4%)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중국이 해외여행을 장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해외에서 돈을 쓰도록 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기준에 포함된 우리나라나 대만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을 빼고 한국을 먼저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이 환율조작국 선정 기준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독일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흑자폭이 기준치보다 크지만 독일은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달러 환율을 조작하는 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일입니다. 중국을 바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든 시범케이스를 찾든 한국이 제일 가까운 사정권에 들어있는 건 사실입니다.
중국만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더라도 중국이 무역보복을 당하면 불똥이 한국으로 튑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물품의 60%는 미국 수출품을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제품의 관세가 15% 올라가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하며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한국은 0.5%포인트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가시화하면 한국은 ‘시범 케이스’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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