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도식 열려
“우리 모두 어리석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은 돌아가시지 않는다.”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천주교식으로 진행된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선생님 그리워요”, “보고 싶습니다”등의 글귀를 엽서에 정성스레 담아 성당 입구에 위치한 메모판에 부착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신 전 교수의 제자와 종교계 인사 등 시민 500여명이 모여 선생을 추억했다.
시민들은 작금의 사회 상황을 의식한 듯 고인의 뜻을 받들어 냉혹한 현실을 바꿔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시절 신 전 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다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졸업생 조진호(36)씨는 추모사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지만 선생님은 늘 세상을 불편하게 하라고 가르쳤다”며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우직하게 세상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영어학과 재학생 김모(23)씨는 “지금 우리나라는 계절만이 아닌 상황 자체가 겨울”이라며 “서로 체온을 나누며 손을 맞잡고 연대를 해야 한다. 그게 선생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해 그 뜻을 늘 품에 안고 살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김은영 성공회대 신학대학원 교수의 추모곡 ‘그리워’가 나오자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다수의 인사들도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신 전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재직하던 1968년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사건인‘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돼 20여년간 옥살이를 한 뒤 1988년에 특별가석방 됐다. 이후 1989년부터 25년간 성공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 숲’ 등의 책을 출간했다. 2014년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병세가 악화돼 지난해 1월 15일 자택에서 향년 76세로 별세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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