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장 겸 이사장의 갑질 등으로 촉발된 학령인정 평생교육시설 대전예지중ㆍ고 학사파행 사태가 연초부터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5일 예지중ㆍ고에 따르면 수업료 납부를 거부한 고교 과정 학생들에게 최근 ‘체납 수업료 납부 요청(최후통첩) 및 퇴학처분 예고 통지’라는 제목의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수업료가 체납돼 4차례에 걸쳐 납부요청을 했으나 이를 거부했다며 오는 19일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퇴학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학칙 30조에 명시된 “학교장은 수업료를 체납한 자에게 퇴학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 학교에선 지난해 초 박규선 전 교장 겸 이사장의 갑질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박 유영호 전 교감을 해임하고, 유정복 이사를 교장으로 선임해 조기 방학과 학교 폐쇄 등 일방적인 학사 운영을 계속했다. 학생들은 결국 집회와 함께 집단으로 수업료 납부 거부에 들어갔다. 시교육청은 재단 측의 학교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7월부터 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청문절차를 거쳐 이사 전원 취임 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단 측은 보조금 중단을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교사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이사취임승인 취소 가처분 신청과 소송, 보조금 중단 취소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으며, 수업료 미납을 빌미로 퇴학까지 거론하는 등 학내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16일부터 대규모 수업 거부에 돌입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지중고 학생비대위 측은 “재단과 교장이 학교를 잘못 운영해 놓고 수업료를 안 냈다고 반발하는 학생을 퇴학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협박에 다름 아니다”라며 재단 측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학교 한 학생은 “재단이 반성과 함께 정상적인 학교 운영 의지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퇴학 운운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 보호는커녕 퇴학시키겠다고 협박하는 학교는 다닐 필요가 없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지난 5개월 간 급여도 없이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이어온 교사들도 결국 16일부터 교편을 잡지 않기로 했다. 한 교사는 “보조금이 중단되고, 학생들이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면서 학교 예산이 바닥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재단 측이 제기한 이사취임승인 취소 소송 및 보조금 중단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어려움을 겪는 학내 문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본보는 재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정복 교장에게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만 돌아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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