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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씨] 트럼프 “中 환율조작국 지정” 엄포… 무역보복 가동하면 한국에 큰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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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씨] 트럼프 “中 환율조작국 지정” 엄포… 무역보복 가동하면 한국에 큰 불똥

입력
2017.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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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기준은

경상흑자가 GDP의 3% 이상

무역흑자 200억달러 넘는 국가

韓 日 獨 해당, 中은 엄청난 흑자

환율조작국 지정되면

美 정부 구매 물품서 제외 등

표면적인 제재는 강하지 않지만

관세 높이고 수입물량 제한 타격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가장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무역보복을 하겠다고 외쳤고 지금도 이러한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그 불똥이 우리나라로도 튈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중국보다 우리나라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고 걱정입니다. 도대체 환율 조작이란 무엇일까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이번 주제는 환율조작국입니다.

환율을 어떻게 조작한다는 걸까

환율조작국은 말 그대로 환율을 조작한 나라라는 뜻입니다. 환율 조작은 운동경기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똑같은 제품도 환율을 조작하면 갑자기 가격 경쟁력이 확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1달러=1,000원’이라는 환율이 적용되다가 ‘1달러=2,000원’으로 환율이 바뀌면 한국에선 똑같이 2,000원에 팔리는 물건이 미국에선 2달러에서 1달러로 가격이 반토막이 됩니다. 미국인들은 갑자기 반값이 된 물건에 당연히 손이 많이 가겠죠. 품질은 변화가 없는데 환율이 바뀌어서 갑자기 매력이 생기는 겁니다.

이렇게 중요한 환율이지만 환율을 조작하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의 가격을 올려버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1달러=1,000원’인 환율보다는 ‘1달러=1,200원’인 환율이 수출에 더 유리합니다. 그런데 지금 외환시장에서는 현재의 환율인 ‘1달러=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계속 사들입니다. 그러면 달러의 가격이 올라서 1달러가 1,050원, 1,100원, 1,150원, 1,200원 이렇게 가격이 올라갑니다. ‘1달러=1,200원’에 거래될 때까지 외환시장에서 계속 달러를 사들이기만 하면 ‘1달러=1,200원’이라는 환율이 만들어집니다. 정부는 무슨 돈으로 달러를 그렇게 사들이냐고요? 정부는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이 있거든요. 조폐공사에 전화만 하면 돈(원화)을 찍어낼 수 있으니 그 돈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겁니다. 그렇게 사들인 달러는 ‘외환보유액’으로 쌓여 유사시 든든한 재산으로 쓸 수 있고 환율도 수출에 유리하도록 조정되었으니 한국 정부 입장에선 1석2조입니다.

환율을 조작했는지 여부를 미국은 어떻게 알까

환율 조작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나 정부인데 지금부터 달러를 계속 살 겁니다”라고 발표를 하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은밀하게 사들입니다. 들키면 환율 조작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테니까요. 이렇듯 환율 조작은 몰래 진행되는 만큼 환율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면 흔적이 남습니다. 밥을 먹으면 배가 나오듯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면 정부 주머니에 달러(외환보유액)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미국은 그 나라 정부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1년 동안 그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경우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조작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인 걸로 봅니다. 원칙적으로는 단 1달러라도 외환보유액이 늘어났으면 그만큼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봐도 되지만 아주 노골적으로 사들인 것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용인하겠다는 뜻입니다.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어느 정도의 달러는 정부가 갖고 있어야 안정적으로 무역도 하고 거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환율을 조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달러를 조금씩은 사들여서 쟁여놓는 게 필요하니까요.

어떤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나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노골적으로 사들인 흔적이 있다고 해서 모두 환율조작국으로 판정하진 않습니다. 두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미국과의 거래에서 무역흑자를 200억달러 이상 내고 ▦그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그 나라 GDP의 3%보다 많아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환율을 조작했더라도 대미 무역흑자가 너무 크지만 않으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하는 건 환율을 조작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거래에서 너무 많은 흑자를 기록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과의 거래에서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그 나라 GDP의 3%보다 많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독일 이렇게 3개국 뿐입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이론적으론 이 세 나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의 무역흑자가 워낙 크니 트럼프가 우선적으로 중국을 지목한 걸로 보입니다. 미국은 여기에 대미 무역흑자는 크지 않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인 양이 많은 대만, 스위스까지 포함시켜 6개국을 환율조작 가능성이 큰 나라로 보고 있습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이 2015년에 만든 교역촉진법(일명 배넷 해치 카퍼 법안)의 첫 타깃이 됩니다. 그러나 환율조작국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는 별다른 게 없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미국과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협의해서 실천해야 하며 별 조치가 없을 경우 미국 정부가 구매해서 쓰는 물품에서 그 나라 제품은 제외한다는 정도입니다. 한가지 더 있다면 환율조작국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투자나 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제재는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그걸 명분으로 다른 통상관계법을 발동해서 무역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통상법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생길 경우 또는 불공정 무역행위가 있는 경우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심각한’ 정도나 ‘불공정’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직접 지정하기보다는 지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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