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의 ‘별’들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끼를 마음껏 뽐냈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명장면을 재연하는가 하면 걸그룹 트와이스로 깜짝 변신도 했다. 항상 골 밑을 지켰던 센터는 가드보다 빼어난 3점슛 솜씨를 뽐냈다.
올 시즌 여자농구 ‘샛별’ 부천 KEB하나은행 김지영과 청주 KB스타즈 박지수(이상 19)는 15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17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완벽한 ‘케미(조화)’를 이뤘다. 신인왕 경쟁은 잠시 잊고 김지영은 도깨비의 여주인공 김고은, 박지수는 남주인공 공유 역할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박지수는 쑥스러운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김지영은 마치 연기자가 된 것처럼 표정 연기와 대사를 소화했다. 연기를 마친 뒤에는 겉옷을 벗고 나란히 트와이스의 ‘TT’ 음악에 맞춰 상큼한 춤을 췄다. 이번 특별한 공연을 위해 전날 서울 논현동의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췄던 둘은 “공연도 준비하고 경기도 뛰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고 웃었다.
‘연기 대결’에서는 김지영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마지막에는 박지수가 웃었다. 핑크스타(아산 우리은행ㆍ구리 KDB생명ㆍKEB하나은행)와 블루스타(용인 삼성생명ㆍ인천 신한은행ㆍKB스타즈)의 대결로 펼쳐진 올스타전 본 경기에서 박지수는 100-100으로 맞선 종료 4초 전 결승점을 넣어 블루스타의 102-10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성적은 15분43초를 뛰며 12점 7리바운드. 특히 박지수는 정규시즌에서 단 한번도 던지지 않았던 3점슛을 5개 던져 2개를 성공시켰다. 그는 경기 후 “마지막에 나한테 공이 올지 몰랐다”며 “첫 올스타전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의미 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우수선수(MVP) 영예는 16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한 소속팀 선배 강아정(28)에게 돌아갔다. 강아정은 기자단 투표 66표 중 41표를 받아 김단비(14표)를 제치고 MVP 상금으로 200만원을 챙겼다.
박지수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센터 배혜윤(29)은 3점포로 올스타 무대를 접수했다. 배혜윤은 우리은행 센터 존쿠엘 존스(23)와 ‘이색 3점슛 대결’에서 5개를 던져 3개를 적중해 2개 성공에 그친 존스를 제압했다. 한껏 자신감이 붙은 배혜윤은 곧바로 “박혜진(우리은행) 나와”라고 당차게 도전장을 던졌다. 올 시즌 35.4%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인 박혜진은 갑작스러운 도전에 당황한 나머지 3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다. 여유를 가진 배혜윤은 두 번째 시도 만에 3점슛을 넣어 박혜진마저 제압했다.
3쿼터 작전타임 때는 선수들이 감독을 굴렸다. 선수들은 ‘감독을 굴려라’ 이벤트에서 바퀴 달린 의자에 앉은 감독을 볼링 핀을 향해 밀었다. 삼성생명 박하나(27)는 100㎏에 달하는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을 미느라 진땀을 뺐다. 이환우 KEB하나은행 감독대행은 손만 사용해 핀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온 몸을 던지는 ‘반칙 투혼’을 발휘했다.
KDB생명의 이경은(30)은 3점슛 콘테스트 결승에서 18점을 기록해 2위 한채진(33ㆍKDB생명)을 1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경은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평소 감춰져 있던 여자농구 선수들의 끼와 재주를 지켜보기 위해 이날 체육관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1,401명이 찾았다.
용인=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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