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때 일제에 끌려가 모진 고초
한일위안부합의 반대 소송도 참여
“감사합니다”
14일 100세 생일을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김 할머니의 축하연은 이날 오후 경남 통영시 도산면 통영노인전문병원 지하 강당에서 열렸다. 축하연은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이 시흥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김 할머니는 한복 차림으로 이동식 침대에 누워 행사장을 찾았고, 이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갈아탄 뒤 축하케이크 등이 마련된 연단으로 올랐다.
행사는 할머니에게 올리는 큰절과 케이크 촛불 끄기, 축하 연주, 선물 전달, 각종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본인의 위안부 피해 증언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김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기도 했다.
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충무초 권요한 학생은 “할머니의 간절한 호소와 외침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할머니를 아프게 한 나라는 왜 아직 사과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 상임대표는 김 할머니 대신 마이크를 잡고 “김 할머니는 스스로 피해 사실을 한ㆍ일 정부를 향해, 세계를 향해 당당히 외쳤지만 불행하게도 2015년 12월 28일 합의가 전격 발표되면서 그 요구가 물거품이 됐다”면서 “어머니가 외쳐온 것들이 반드시 올바르게, 정의롭게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하연은 참석자들이 차례로 김 할머니와 따뜻한 포옹을 하면서 건강을 기원하는 ‘사랑의 허그타임’으로 마무리됐다.
김 할머니는 18살이던 1937년 고향 통영에서 끌려가 중국ㆍ대만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그는 1994년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공식 등록한 뒤 피해 사실을 알리려고 애썼으며, 2015년 12월 한ㆍ일 위안부 합의 효력을 문제 삼아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원고 12명 중 1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통영=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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