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로서 ‘안보 불안’ 이미지 불식 의도
반기문 “준전시 상황에서 정부의 사드 조치 마땅”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한미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는 이날 뉴시스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음 정부가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국회 비준절차 같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고, 대외적으로는 사드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 사드 배치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주변국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며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 국회 동의절차를 요구했다. 사실상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후 정부가 지난해 10월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최종 결정하자 “이제 와서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문 전 대표의 유연한 입장 선회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자신을 둘러싼 ‘안보 불안’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권정당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진영까지 아우르려는 행보인 셈이다. 특히 최근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존중하겠다”고 밝힌 안희정 충남지사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사드 배치에 특정한 입장을 정한 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 주변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해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하는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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