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 美 대통령 취임식 코앞
민주당 의원들 잇따라 보이콧
흑인 참정권 상징 루이스도 “불참”
트럼프 “말뿐, 행동없다” 비난
취임 직전 지지율 44% 역대 최저
당일 수십 개 단체 반대 시위도
화합과 희망의 장이 되어야 할 정권의 출발점이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현지시간 2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하는 인권운동가 출신 의원과 언쟁을 거듭하며 ‘말썽꾼’행보를 이어가는가 하면, 미국 곳곳에선 이민자 등의 ‘반(反) 트럼프’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취임식 참가를 거부하고 있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 현장은 분열의 이미지로 뒤덮일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77ㆍ조지아) 민주당 하원의원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루이스 의원은 오로지 말, 말,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가 없다”라며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거짓된 불평을 하기보다 끔찍하게 무너져가는 지역구를 고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의원이 전날 NBC방송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언급, “트럼프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취임식 불참 계획을 밝히자 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곧바로 시민사회와 정가의 반발을 일으켰다. 루이스 의원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와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평화 행진을 주도해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이 된 거물이다. 이에 미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트럼프는 루이스의 희생을 모욕하고 그가 목숨 걸어 지키려 했던 미국인의 인권을 무시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 트럼프 진영인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이 “루이스와 그의 ‘말’이 세상을 바꿨다”고 반격하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루이스 의원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그대로 민주당 의원들의 ‘취임식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4일 현재 트럼프의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하원의원은 18명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8명이었으나 불과 하루 만에 대폭 늘어난 것이다. 대다수는 인종ㆍ종교ㆍ성차별 등 트럼프 당선인의 각종 분열적 발언에 대해 항의의 뜻을 밝힌 가운데, 루이스 의원과 충돌로 불참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인에 역대 최악의 지지를 보내는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4~8일 시행한 여론조사(성인 남녀 1,032명 대상)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4%로, 취임 직전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최저 기록이었던 조지 W. 부시 제43대 대통령(61%)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가수 등 예술가들은 일찍이 여론을 감지, 취임식 보이콧을 이끌기도 했다.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섭외 난항 끝에 13일 재키 에반코(17ㆍ여) ‘아메리카 갓 탤런트’ 준우승자 등 20일 본 행사와 19일 사전 행사의 축하 공연진을 발표했다.
한편 취임식 당일 미국 전역에서 이민자와 민권단체, 여성ㆍ노동단체, 종교지도자 등 수십개 단체의 트럼프 반대 시위가 예고되면서 거리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DC 당국은 20일 당일 약 100만명의 인파가 취임식이 진행되는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