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현이 건넨 돈 배달 않고 잠적
멕시코서 잡힌 뒤 미국으로 송환
뇌물수수혐의에 연루돼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기소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38)씨로부터 뇌물 50만 달러를 건네받아 잠적한 맬컴 해리스(52)가 13일(현지시간) 체포됐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는 배우자와 함께 멕시코 중부 도시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됐다. 멕시코 언론은 “해리스와 그의 배우자를 멕시코ㆍ미국 연방정부 합동으로 체포했으며, 이들은 현재 미국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해리스가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속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검찰은 반주현씨가 부친이자, 반기문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가 고문으로 있던 경남기업의 건물 거래를 위해 카타르 관리에게 뇌물을 보내려 했으나 해리스가 중간에서 뇌물을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씨는 2014년 경남기업 소유 복합빌딩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의 한 관리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당시 해리스가 중간 전달책을 자처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반씨로부터 경남기업의 건물 매각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중동 왕가’와 연결고리가 있으며 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고 주장, 뇌물 50만달러를 중간에 가로채고 잠적했다. 그는 카타르 관리를 사칭한 가짜 이메일을 만들어 뇌물 전달을 독촉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뉴욕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브랜드네임 ‘맬 시라(Mal Sirrah)’로 활동한 패션 디자이너다. ‘예술ㆍ패션 컨설턴트 겸 블로거’를 자처하며 활동했고 허핑턴포스트에도 수차례 기고했다. 여러 패션매체에 따르면 마돈나ㆍ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연예인과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소수자인 그는 현재 배우자와의 결혼식을 2012년 패션 런웨이에서 개최했고, 이 장면은 미국 케이블채널 브라보TV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해리스는 체포 전인 12일 로이터와의 페이스북 메시지 인터뷰에서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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