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역사 수업을 진행하기 전 참고를 위해 디자인 역사 관련 도서를 찾아 봤더니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정치ㆍ사회 같은 외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과거 사실에 대한 기계적 나열만 하고 있었어요.”
신간 ‘역사는 디자인된다’(민음사)의 저자인 윤여경(42) 국민대 디자인 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필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의 역할, 규모, 결과물에 비해 이론이나 학술적 연구가 턱없이 부실하다”는 생각에 그는 대학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다짐 어린 ‘공표’를 했다. “새로운 디자인 역사책을 써야겠어요.”
“디자인 역사책이 많은데 굳이 또?”라는 물음이 되돌아왔지만 그는 “디자인의 학문화”를 이루겠다고 나섰다. 경제, 정치, 사회, 과학 등 외부 상황을 고려해 디자인 모형을 설계했다. 문제 제기를 통해 갈등, 대화로 나아가는 예술의 모형과 달리 ‘디자인’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 해결로 귀결됐다. 예술이 ‘혼돈’을 의미하는 반면, 디자인의 역할은 ‘이해’였다. “모형이란 게 그렇듯 현실 적용은 어렵겠죠. 모형이 완벽하다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러나 모형을 통해 보다 직관적인 설명과 이해는 가능할 겁니다.”
모형에 기반해 윤 교수는 역사 연표를 제작했다. 유사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학문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 책이 주장하는 방법과 결과물을 ‘학문’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며 그는 이제 “첫 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일종의 ‘제안’을 하고 있다고 봐주셨음 좋겠어요. ‘디자인이라는 게 이러이러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이에요.”
디자인 전공자들을 위해 기획한 책이지만 디자인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디자인계 내부와 외부의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접근 방식은 매우 달라요. 밖에서는 그저 ‘예쁜 것’이라고만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디자인은 세상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에요.”
윤 교수는 “빅터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에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편적 합의점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을 디자인이라 본다면 좀 더 가깝게 여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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