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출시된 그랜저가 궁금했다. 도로에서 보이는 뒷모습이 젊고 세련된 인상이라 조금 더 살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구매할 계획은 없어 영업소를 찾기엔 부담스럽다. 차마 모르는 사람에게 그 차가 궁금한데 살펴봐도 될는지 물어볼 용기도 없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카페가 있다. 자동차가 궁금한데 웬 카페? 그냥 카페가 아니다. 자동차, 음악, 카페가 한 공간에 있는 곳이다.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들썩이는 서울 강남역 4번 출구에서 나와 남쪽으로 200M 내려가면, 현대가 고객 소통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오토 스퀘어가 있다. 현대 오토 스퀘어는 이를 테면 현대차의 특별 전시장 같은 곳으로 커피빈과 JBL과의 협업을 통해 공간을 꾸몄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시장과 달리 오토 스퀘어는 차를 꼭 사야한다는 부담이 없다. 눈부신 새하얀 조명 대신 은은한 주황빛이 감돌고, 한달음에 달려오는 판매사원 대신 그저 커피를 주문하는 바와 광고가 나오는 키오스크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들어서자 마자 바로 입구 앞에서 반기는 듯 전시된 쏘나타와 창가 쪽에 자리잡은 i30, 가장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제네시스 EQ900, 그랜저와 투싼이 1층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제네시스 위에 걸린 대형 LED 디스플레이 네 개에서 현대자동차와 JBL의 광고가 번갈아 나오며 눈길을 사로 잡는다.
2층 한쪽 벽은 분해된 자동차 섀시와 각종 부품으로 채웠고, 다른 한 켠에는 제네시스 G80과 G80 스포츠 모델을 전시했다. 그 옆 벽에는 현대자동차 모델별 카탈로그가 나란히 꼽혀 있다. 가장 구석진 곳인데 그나마도 전시된 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궁금했던 신형 그랜저의 문을 열었다. 역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전시된 모든 자동차의 문을 여닫으며 수십 번 앉아 보고 만져봐도 영업사원이 뛰어 나오는 일은 없다. 무척 편안한 마음으로 궁금했던 부분을 꼼꼼히 확인했다. 수납 공간들까지 다 열어보고서 보닛까지 젖혔다.
카페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흘끗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맘껏 살펴보고 큰 소리 나지않게 조심히 닫았다. 파워트레인과 옵션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지만 딱히 물어볼 데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영업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엔 부담되어 결국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고 말았다.
자동차에 전혀 관심 없는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다. 자동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디오 전문 업체 JBL의 다양한 제품도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파란색 쇼파 옆면에는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결해 들어볼 수 있는 헤드폰과 이어폰이 비치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작은 JBL 매장에서는 모든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으며, 구매도 가능하다.
현대차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JBL도 함께해서 일까, 높은 천정고와 흡음 소재를 사용해 마감한 벽면이 곳곳에서 이야기 중인 사람들의 소음은 줄여주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 준다.
커피빈의 음료나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비치된 잡지책을 읽을 수도 있다. 노트북과 모바일 기기를 위한 콘센트와 무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랜시간 자리잡고 일할 수 있는 넓고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다. 일부러 작고 동그란 테이블을 준비해놓고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 다른 커피빈 매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동차 휠과 타이어를 쌓아 투명한 유리를 얹어 만든 테이블, 엔진 모양의 받침대를 사용한 테이블과 자동차 한 대를 분리해 장식해둔 벽면은 오히려 평소에 자동차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광경이다. 둘러볼 것도 많고 소음은 적고 조명은 적당해 오래 머무르기 좋은 현대 오토 스퀘어는 현대차를 만나기에도, 친구와 함께 들리기에도, 혹은 혼자서 일할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도 괜찮은 공간이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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