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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시장은 변신 중…관광객과 토박이의 추억만들기

입력
2017.0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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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입구. 서귀포시 제공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입구. 서귀포시 제공

성산포를 시작으로 모슬포까지의 해안으로 이어진 한라산 아래지역을 서귀포시로 부른다. 어업과 감귤 재배가 제주의 대표적인 생업이다 보니 한라산 근처 산골마을보다는 해안선을 연결하는 일주도로 부근 마을들이 먼저 개발된 것 같다.

해안마을 중 세화, 표선, 서귀포, 중문, 모슬포 등에서는 오일장이 열린다. 이와 달리 서귀포 올레시장은 상설시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서귀포에서 대부분의 재래시장을 구경하려면 미리 날짜와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이 올레시장 만큼은 연중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올레시장은 서귀포 구 시가지의 중심이다. 시내라고 불리는 지역은 비석거리에서 솜반천 부근 예술의 전당까지 약 3km가 못 된다. 요즘은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도시 지역이 신시가지로 불리며 몰라보게 부상하고 있지만, 여행객들의 볼거리는 올레시장을 비롯한 구 시가지에 밀집돼 있다.

한라산이 훤히 보이는 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중앙로터리 아래에 자리잡은 올레시장은 해안방면으로 이중섭거리, 횟집이 밀집된 칠십리 음식특화거리, 천지연 폭포, 새연교로 연결된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좌측 통로는 향토 음식점이 즐비한 ‘아랑조을 거리’로 이어지며 우측 통로는 1970년대에서 멈춘듯한 구 시가지가 자리한다.

지난 몇 십 년 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리적인 이점을 안고 60년대에 자생한 서귀포 매일시장은 감귤 산업의 한계와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지속적인 침체기를 겪었다. 이름을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으로 바꾼 2010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걷기 열풍과 함께 시장길이 올레 6코스에 편입됐고, 비 오는 날이 많은 서귀포 기후를 대비해 천장에 캐노피를 설치하는 등의 보수를 거치면서 비약적 발전이 시작됐다. 요즘에는 관광코스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주를 이뤘던 마을 할머니들이 향토 고사리, 한라산 표고버섯, 제주갓과 텃밭 야채를 다듬는 풍경들이 구석으로 밀리고,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감귤 초콜릿, 망고파이, 흑돼지 꼬치, 착즙 감귤주스 등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들어섰다. 아쉽기는 하나 확실히 손님은 늘었다. 동절기에 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평일에 1만 명, 주말엔 1만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여름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번잡하다. 주말에 장을 보러 갔다가 입구에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집으로 되돌아왔던 기억도 있다.

젊은 토박이들이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되면서 연세가 지긋한 장년층이 주 고객이 되었다. 대부분의 고객이 관광객이어서 올레시장을 재래시장보다는 관광지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관광객과 토박이가 주로 구매하는 품목도 상이하다. 가끔 농산물이나 해산물, 돼지고기가 싸고 좋은 곳을 물어보는 지인들이 있는데 대부분 가격이 비슷하니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다니는 가게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단골이라 더 챙겨주시는 것 같다. 토박이들 사이에도 서로 묻기는 하지만 단골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요즘 서귀포는 어딜 가나 ‘서귀포는 공사 중’이라는 문구를 실감할 수 있다. 올레시장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주차시설을 개선하고, 상가가 부족해서인지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2층도 식당으로 영업을 한다. 주변 공터도 대부분 상가가 됐다.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시장의 변화된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빠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이십 년 가까이 출근했던 서울 명동거리를 오랜만에 가본 후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 때문일까. 올레길은 제주말로 ‘집으로 가는 작은 길’이다. 고객의 인식과 성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시장의 이름처럼 관광객과 토박이가 공존하는 추억의 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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