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엄 촘스키 지음ㆍ구미화 옮김
와이즈베리 발행ㆍ248쪽ㆍ1만4,000원
사회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문화란 무엇인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추상명사를 향한 질문은 종국에 이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기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말하는 능력을 통해 인간과 여타의 동물을 구별하려 한 학자가 있다. 1957년 책 ‘통사구조’를 통해 언어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노엄 촘스키다.
그는 인간이 한 말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연구했던 기존 학계의 관행을 깨고,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있고 기본 문법 원리만 익히면 변화를 주면서 무한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유명한 ‘변형생성문법’의 요지다.
구조주의 언어학을 전면으로 뒤집는 촘스키의 제안 또한 후학의 공격을 받았고 언어학계는 몇 차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맞는다. 예컨대 촘스키의 제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의 맥락과 화자의 체험을 강조한 ‘인지언어학’을 제안하며 스승과 대립했다.
신간 ‘촘스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20세기를 풍미한 말년의 노학자가 평생에 걸친 자신의 연구를 오늘의 관점에서 요약한다.
1장 ‘언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인간에게 언어는 척추나 다리처럼 ‘생물학적인 실체’라고 말한다. 언어를 획득하는 자질은 인간에게 생득적으로 구비돼 있고, 인간은 모국어를 접촉함으로써 언어 능력을 체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언어의 기능과 목적이 오직 의사소통이라고 보는 것은 도그마나 다름없다”고 덧붙인다.
‘인간 이해력의 한계’를 논한 2장에서 그는 인간이 풀 수 있는 질문을 ‘문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미스터리’로 구분하며 인간의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미스터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질문에 대해 더 나은 설명을 찾으려고 끝없이 탐구한다는 게 촘스키의 설명이다.
언어가 인간 정신의 창조적인 측면에 선 ‘생물학적 실체’인 것처럼, 자유와 창조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본질의 하나다. 촘스키는 무력에 의한 외압으로 인간을 좌우하는 것은 이런 본질에 어긋난다는 입장에서 베트남전을 비롯해 각종 세계 대사에 적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공공선을 논한 3장은 행동하는 지식인, 아나키스트 촘스키의 사회비판이다.
“공공선에 대한 관심을 통해 교육 제도부터 노동 여건에 이르기까지 처참한 정책들이 미치는 지독한 영향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본업인 언어학에서 출발, 최근의 인지과학적 성과와 공공선에 대한 사유까지 두루 엮은 책은 충직한 계몽주의 언어학자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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