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
하만 주주들 美서 집단 소송
9조원대에 인수 합의한 삼성
주총서 50% 이상 동의 필요
이재용 부회장 구상에 혼선
중장기 계획에 부정적 영향
삼성전자가 80억 달러(약 9조3,760억원)에 인수ㆍ합병(M&A)하기로 한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전자 장치) 전문기업 하만(Harman)과의 짝짓기 작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의 신 성장동력 마련에 빨간 불이 켜졌다.
13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하만 주주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사진을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이유는 회사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것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며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했다”며 “인수 가격 역시 지나칠 정도로 낮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양 사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 2.3%의 하만 지분을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지나치게 낮다”며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4일 하만 이사진에게 80억 달러(주당 112달러)의 인수 금액을 제시하면서 M&A에 합의했다. 이는 당시 30일간의 평균 종가 대비 37%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었다. 이는 커넥티드 카용 전장 시장 진출을 원했던 삼성전자와 정보기술(IT) 전자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영역 확대에 나서려고 했던 하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양 사의 M&A가 성사되기 위해선 올해 1분기 중에 열릴 예정인 하만 주주총회에서 50% 이상의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피인수기업인 하만 주주들이 잇따라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양 사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갖는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그룹내 사업 체질 개선과 함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서려던 이재용 부회장 구상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검에 소환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이 이번 M&A를 둘러싼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입장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번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하만 주주들에게 합병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역할 축소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그룹 경영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을 포함 그룹내 수뇌부가 최근 몇 개월 동안 검찰 수사에 발목이 잡히면서 중장기 경영 계획 수립 부재에 따른 여파가 그룹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하만 M&A의 성공 여부도 당장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신 성장동력 찾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나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가시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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