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간 뇌물성 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13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이 부회장의 진술에서 청문화 당시와는 다른 부분이 일부 있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당시 거짓말을 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르면 14일 위증 혐의를 포함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내일(14일)이나 모레(15일)쯤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30분쯤 출석, 22시간에 걸친 장시간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8시쯤 귀가했다. 이 특검보는 “조사할 내용이 상당히 많고 핵심 내용에 대해 수사팀에서 요구하는 진술과 이 부회장의 진술 내용이 서로 불일치해 조사가 오래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진술이 국회 청문회 당시와 일부 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최씨 측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됐을 당시 최순실씨 존재를 몰랐다는 등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 내용의 변화가 청문회 당시 발언이 위증이었다는 걸 자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과의 (특검 조사에서의) 진술과도 일부 어긋나 있다”며 “뇌물공여는 물론 위증도 (영장의) 주된 혐의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2015년부터 삼성과 대한승마협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아내 명의의 P사로 컨설팅계약 형식의 일부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과정에 실무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 돈의 성격 규명이 삼성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계약 목적은 독일 현지에서의 정유라씨 승마훈련을 도와 주는 코치들의 급여 제공이다. 특검팀은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박 전 전무의 아내 명의 회사를 굳이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P사를 통한 불법 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박씨 등이 중간에서 가로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은 “해당 컨설팅 비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계 없으며 당시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에 활동 비용으로 최씨와 무관하게 박 전 전무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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