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품과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비관세장벽을 높인 중국 정부에게 우리 통상 당국이 속 시원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 통상 정책 책임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나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와의 연관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만큼 중국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했던 재계에선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올해로 3년차를 맞은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한중 통상 관계자들이 6시간여 동안 만났지만, ‘사드’와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지적하기보다 우리 기업들의 우려만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부는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산 화장품 무더기 수입 불허 조치와 관련해 “양국 간 무역 위축이 우려되니 관심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수입 금지된 화장품 중 한국산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규정을 준수하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로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는 없다”고 답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우리 기업이 수출하려던 화장품 19개를 통관 과정에서 불허했다. 정부 조사 결과 우리 업체가 수입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일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중국 정부가 이렇게 많은 품목을 한꺼번에 수입 불허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자동차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 목록에서 삼성SDI와 LG화학 등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공동위와 전날 열린 분야별 이행위원회에서 해당 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이행위에 참석한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측으로부터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앞으로 관련 협의를 계속해나가자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선 중국의 비관세장벽을 낮출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통상 회의에 상정되는 공식 안건이 대개 1, 2개월 전에 이미 결정되기 때문에 절차상 이번 회의에선 비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관세장벽에 대해선 기업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앞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 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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